
“국민역적으로 몰리는 상황…빅뱅 명예를 위해서 여기까지인 거 같다.”
영화보다 더한 온갖 범죄 혐의로 휩싸인 버닝썬 사태에 연루된 데다 성접대 알선 혐의까지 받고 있는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가 지난 11일 돌연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남긴 말이다. 그는 “지난 한달 반 동안 국민들로부터 질타받고 미움받았다”며 “국내 모든 수사기관들이 저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역적으로 몰리는 상황인데 저 하나 살자고 주변 모두에게 피해주는 일은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고 은퇴 이유를 설명했다. “(소속사인) 와이지와 빅뱅 명예를 위해서라도 저는 여기까지인 거 같다”는 것이다. 마치 버닝썬 사태를 비롯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과 혐의는 모두 사실무근인데도 부당하게 ‘국민역적’으로 몰려 억울하지만 YG엔터테인먼트와 빅뱅 등 주변에 폐를 끼치기 싫어 물러난다는 뜻으로 들린다. 과연 그렇게 봐도 될까.

◆ 버닝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승리…그간 발언들은?
승리는 버닝썬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 그가 버닝썬 경영에 적극 참여했다는 의혹과 함께 책임론이 확산하자 “버닝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고 음악을 즐겼을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연예인들이 하는 사업이면 그냥 이름만 빌려주는데 저는 진짜 제가 저렇게 해요. 안 그러면 신뢰하지 않아요”라며 버닝썬 임원 명단에 단순히 이름만 올린 게 아님을 강조했다. 그해 한 언론인터뷰에서도 “저는 사실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게 저의 아이덴티티이고 클럽도 마찬가지”라며 “저희 클럽에는 CC(폐쇄회로)TV만 100대가 있고 저희 클럽 직원 교육 중에 성교육도 있다. 올바른 파티 클럽 문화가 보존될 수 있도록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클럽운영 방침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승리의 해명과 배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발언들이다.
버닝썬의 ‘자산 사용내역서’에도 승리의 이름이 드러났다. 내역서에 따르면 승리는 버닝썬 초기 투자금 24억5000만원 중 2억2500만원을 부담했다. 그는 버닝썬 ‘정관’의 발기인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친구이자 버닝썬 대표인 이문호씨와 함께 4명의 사내이사 중 1명으로 참여했다. 버닝썬 지분 구조를 봐도 승리에 우호적이라고 볼 수 있는 인사들의 지분이 절반 가량 된다.

◆ 성접대 의혹 제기된 카톡 메시지…조작 해명부터 수사까지
해외투자자를 상대로 한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카톡 내용이 공개된 뒤에도 그는 YG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그런 사실이 없을 뿐더러 성접대를 암시하는 해당 메시지는 조작된 것’이라고 부인하는 내용의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수사에 나선 경찰은 “카카오톡 대화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문제의 단체 대화방이 존재했고 대화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오는 25일 육군 현역으로 입대할 계획을 전한 뒤 지난 11일 경찰이 자신을 성접대 알선 혐의 피의자로 전환하고, 문제의 카톡방에서 가수 정준영씨 등이 불법으로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공유한 정황까지 공개되자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물론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과 사과는 없었다.
◆팬들도 등돌려··· “승리 은퇴는 ‘자퇴’가 아니라 ‘퇴학’” 비판도
실망한 팬들은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10여년간 그의 옆을 지켰던 팬들은 지난 9일 소속사에 “팀과 소속사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개인사업에 빅뱅 이름을 악용하는 승리의 퇴출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위법 여부는 수사가 진행되어야 밝혀지겠지만 그룹에 끼친 피해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승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혐의는 수사를 통해 진위가 규명돼야 하겠지만 본인 스스로 이런 사태를 초래한 측면도 크다는 지적이다. 한 작곡가가 승리의 은퇴 선언을 두고 ‘자퇴’가 아니라 ‘퇴학’이라고 일침을 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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