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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고증 통해 무명의 독립지사들 발굴·재조명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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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10인의 ‘역사 바로 세우기’ 제언 / 극우세력, 아직도 3·1절 희화화 나서 / 학생들에 왜곡된 역사인식 심을 우려 / 역사적 사유 능력 키우는 교육 절실 / 여성·해외 독립활동가에 관심 갖고 / 고초 겪은 민초 위한 추모 공간 마련 / 친일파 등 가짜 독립유공자 서훈 박탈
지난 1일 서울 광화문광장은 3·1절 기념 인파와 일명 ‘태극기 부대’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양상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태극기 부대’를 향해 “뷰티풀(beautiful)”, “어메이징(amazing)” 등 감탄사를 연발하며 해맑게 기념사진을 찍는 현상도 목격됐다. 행사 이벤트는 풍성했지만 100년 전 온 민족이 한목소리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3·1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떠올리기에는 다소 역부족이었다.

세계일보는 최근 역사학자 10인을 상대로 ‘3·1절 100주년 그 후’에 관해 의견을 물어봤다. 여전한 일제 잔재 청산과 피해자들에 대한 추모 공간 마련은 물론 ‘역사적 사유’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역사교육의 방향 전환, 저평가된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발굴 및 적절한 예우 등을 강조하는 학자가 많았다. 무엇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독립운동사가 상당한 만큼 단기적 성과가 기대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사료 발굴과 탄탄한 역사적 고증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연구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극우세력에겐 3·1절도 희화화 대상… 민족 공동의 역사인식 갖춰야

10인의 역사학자가 공통으로 꼽은 3·1절 100년 이후 주요 과제는 일제강점기 및 3·1운동의 의미에 관한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었다. 단순히 ‘정답’만 암기하게 하지 말고 직접 토론학습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역사유적지 탐방 활성화 지원 등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임지현 서강대 역사학과 교수는 “유럽 극우세력들이 홀로코스트를 강하게 부정하는 그런 흐름이 한국의 극우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기본적으로 토론식 수업을 통해서 역사에 대해 사유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극우사이트에 올라온 ‘가짜뉴스’를 믿고, 왜곡된 인식을 갖는 학생들이 쉽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애국당을 비롯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3·1운동 100주년 구국투쟁` 집회를 열고 있다.
3.1절 100주년인 1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 앞에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3·1절에 대한 관심이 반짝 일었다가 사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역사학자들이 꾸준히 연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예산 뒷받침은 물론 학생들과 교사들이 국내외 독립운동 사적지를 방문할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시민들이 3.1운동 관련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저평가·미발굴 독립운동가 조명해야…피해자 추모공간 마련도 시급

대부분의 역사학자는 획일적인 잣대 때문에 아직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독립운동가가 많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 3·1운동 100년을 맞이한 ‘지금’이 역사를 총체적으로 정리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곧추세우는 작업을 하는 데는 적기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용창 민족문제연구소 박사는 “항일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각 지역에서 한글 교육 등 문화 활동을 지속하고 독립자금을 대면서, 단기투옥과 석방을 반복하느라 죽을 만큼 어렵게 살았던 독립운동가들이 너무나 많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발굴을) 양적으로만 늘릴 때가 아니라 여성독립운동가, 해외 활동가들에 대한 관심을 비롯한 질적으로도 새로운 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 6·25전쟁 이후 가속화한 냉전체제 등 이념적 잣대로 재평가를 받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으로 상당한 공을 세웠지만 1945년 해방 이후 이념적인 잣대로 (서훈 등에서) 지속적으로 배제됐다”며 “역사적 실재에 근거해 서훈을 줘야지, 이념을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해외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에 대해서 발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연구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독립유공자는 아니지만 일제강점기 혹독한 고초를 겪었던 민초들을 위한 ‘위로와 추모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친일인명사전
◆“친일파 등 가짜 독립유공자 가려내 ‘역사 바로 세우기’ 확립해야”

무엇보다 일부 악랄한 친일인사들에 대한 ‘서훈 박탈’ 등 진정한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을 주문하는 역사학자들이 많았다. 더불어 보상금을 타내기 위해 거짓으로 공적을 꾸며낸 가짜 독립유공자들을 가려내야 100주년 3·1절이 민족 공동의 뜻깊은 기념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현행 ‘상훈법’상 친일행위는 서훈 박탈의 직접적 조건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또 “(독립의) 공이 명백한데 친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서훈을 박탈하는 게 비합리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게 현실이다. 
친일행위 인정으로 서훈 박탈된 `인촌 김성수`
하지만 다소 오랜 시일이 걸리더라도 명백한 친일행적으로 동포에 끼친 ‘해악’이 더 크다면 서훈을 박탈할 수 있도록 상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이와 같은 취지로 국회에 발의돼 계류 중인 개정안만 19개에 달한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3일 “우리나라는 해방 직후 일제의 잔재로부터 완벽한 독립을 이뤄내지 못해, 독립유공자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민원이 우려되어 상훈법 개정과 관련해 국회에서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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