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베트남은 세계의 다른 나라들처럼 번영하고 있다”며 “북한도 비핵화를 하면 똑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의 번영을 사례로 들면서 북한에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촉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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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연합뉴스 |
무역분쟁 중인 중국을 압박하려는 노림수라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주석궁에서 응우옌 푸 쫑 국가주석과 무역협정 서명식에 나선 것은 1995년 7월 외교정상화 이후 증폭된 양국간 경제관계를 더욱 다지기 위해서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산 과세 제품에 대한 베트남 제품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베트남이 단순 노동집약산업 중심이라서 당장 중국 제품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겠지만 미·중간 무역분쟁이 커질수록 베트남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베트남의 수출비중은 미국과 중국이 각각 19.5%와 16.9%로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무역분쟁이 거세질수록 미국 의존도는 커질 전망이다.
베트남이 중국의 남중국해 점유에 반발해왔다는 점도 양국 관계를 증진시키는 요인이다. 지난해 3월 베트남전 종전 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미 항공모함 전단이 다낭에 기항한 것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외신들은 베트남이 중국보다 미국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이날 미국과의 무역협정 직전 공식 웹사이트에 ‘베트남·미국 포괄적 파트너십 추이’에 관한 정보를 공개했다. 미국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베트남에 900여개 프로젝트에 93억3000만달러(약 10조4300억원)를 투자해 전체 130여개 투자국 가운데 11위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에 이어 두번째로 베트남을 방문해 양국간 경제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트남 정부는 특히 양국 교역액은 2011년 214억6000만달러에서 지난해 602억5000만달러로 3배가량으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베트남 뱀부에어가 미 보잉사의 787항공기 10대를 구입하기로 한 것은 교역 확대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전날 하노이에서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와 회담한 후 트위터에 “베트남은 점점 더 미국의 가까운 친구이자 파트너가 되고 있다”며 “우리는 다양한 전략적 이익과 평화, 안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증진하기 위한 공동의 바람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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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은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주베트남 북한 대사관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뉴시스 |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베트남 방문 첫 일정으로 북한대사관을 방문했다. 미 조야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거듭될수록 북한은 세계의 불량국가에서 정상국가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며 “협상 성과가 없더라도 북한은 얻는 게 있는 게임”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 위원장이 해외순방 첫 일정으로 베트남에 사는 북한 주민들을 만난 것도 독재자의 이미지를 벗고 정상적인 지도자 이미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하노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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