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견주들 "우리 댕댕이는 순해요!"…그건 님 생각이고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2-28 05:00:00 수정 : 2019-02-28 14:08:15

인쇄 메일 url 공유 - +

"바로 위층에서 낮이고 밤이고 개가 짖어대서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에요. 특히 새벽까지 개가 짖어 대는데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아랫집 개 짖는 밤에는 귀마개를 하고 자야 할 정도에요. 윗집에다 항의를 표시해도 개 짖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리는데, 가만 살펴보니 개를 종일 혼자 두고 일 나가더라고요. 개를 키울 능력이 없거나, 혼자 둬야 할 상황이면 개를 키우지 않는 게 맞지 않을까요?"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 반려견(犬)을 키우는 가구가 많아지면서 소음 갈등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층견소음 및 반려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는데요.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반려동물 소음 관련 민원통계를 조사한 결과 2015년 1377건, 2016년 1505건, 2017년은 9월 말까지 1317건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려동물 소음이 사회적인 문제로 번지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지난해 2월 서울 강동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A(65)씨가 이웃집 고양이 소리가 시끄럽다며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17년 10월 제주도 한 아파트에서 B씨(47)가 아파트 위층 주인 C씨(48)의 애완견 짖는 소리에 격분해 출입문을 걷어차고 문이 열리자 C씨를 폭행했는데요. C씨도 B씨를 때리면서 이들은 쌍방폭행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층간소음은 '소음·진동관리법'에 의해 규제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소음은 층간소음으로 규제할 수 없는데요. 소음·진동관리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층간소음은 '사람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강한 소리'로 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반려견 소음으로 고통받는 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있습니다.

다만 손해배상 인정 판결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반려동물 소음을 피해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고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보았음을 증명해야 하는 등 여의치 않은 실정입니다.

◆"우리 댕댕이는 안 짖어요?"…그건 견주 생각일 뿐

해외에서도 반려견 소음으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최근 프랑스의 한 소도시는 반려견이 시끄럽게 짖으면 주인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북부의 소도시 푸키에르는 반려견이 심하게 짖어 소음을 유발하면 68유로(한화 약 8만6000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11일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는데요.

이 제도는 '개 짖는 소리'로 인한 소음 공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주인과 떨어진 폐쇄된 공간에 반려견을 두는 것이 금지되며, 심하게 짖는 개들은 실내에 머무르도록 해야 합니다. 개 짖는 소리에 민원이 접수되면 견주는 벌금을 물어야 하는데요.

장 피에르 에스티엥 시장은 "반려견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개가 한번 짖는다고 무조건 벌금을 부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개를 키우고 싶으면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제도는 한 견주에 대한 주민들의 청원 때문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에스티엥 시장은 "대형견 여러 마리를 기르며 소음을 유발하는 견주에게 민원이 쏟아졌다"며 "대화로 해결을 시도했으나 불가능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은 반려견에 대한 행동을 철저히 주인이 통제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는데요. 견주로부터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동물에 의한 신체, 재산 상의 손해가 발생할 때는 최대 3년간 징역에 처하거나 벌금을 물리고 있습니다.

층간소음에 대해서도 강력히 조처하고 있는데요. 미국 뉴욕에서는 층간소음 발생 시 관리사무소가 경고를 하며 3회 이상 누적될 시에는 강제 퇴거 조치됩니다. 독일의 경우 층간소음 발생 시 약 630만원의 과태료 명령을 받습니다.

◆특별 간식주며 달래야 vs 아예 무시하는 게 바람직…견주 책임의식 필요

전문가들은 '층견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막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것은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려견의 잘못된 행동과 습관은 견주의 지속적인 훈련으로 고칠 수 있는데요.

우선 반려견이 반복적으로 짖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보통 강아지들은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더 많이 짖곤 하는데요.

언제 어떤 상황에서 반려견이 특히 많이 짖는지를 파악한 뒤 그 원인을 제거해주면 횟수와 정도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운동은 반려견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산책을 충분히 시키고, 놀이시간도 길게 주는 등 운동량을 늘려야 합니다. 운동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습관적으로 짖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려견이 짖음을 멈췄을 땐 특별한 간식 등을 제공하는 등 확실한 '당근'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확실한 보상은 반려견 행동 변화를 빠르게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간식 보상으로만 행동을 교정하려고 하면 장기적으로는 반려견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반려견이 짖는 걸 급히 멈추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다른 더 큰 소리로 놀라게 하는 것도 효과적인데요.

다만 반려견이 계속 짖는다고 해서 견주가 같이 소리를 치며 혼내는 것은 역효과를 부를 수 있습니다. 반려견은 견주 호통을 칭찬으로 인식해 더 크게 짖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아무 반응을 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견주 책임의식이 보다 높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반려묘 층간소음 안 겪어본 사람은 몰라요"

반려견 소음뿐만 아니라 야행성 동물인 반려묘로 인한 '층묘(猫)소음'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 시민은 28일 오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윗집 고양이가 뛰어다닐 때 소음이 장난 아니다. 테이블 등 높은 곳에서 수시로 점프에 뛰어내릴 땐 '쿵' 하는 소리가 들려 자다가 깰 정도"라며 "아이가 뛰어다니는 것 못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은 거실 바닥에 매트도 깔지 않고 밑집에 민폐를 끼친다"며 "'밑집 사람이 예민하다' '고양이가 뛰어봤자 얼마나 쿵쿵거리냐'는 건 안 겪어 본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평균 5kg 정도의 고양이가 뛰어봤자 얼마나 쿵쿵거릴까 싶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 무게의 물건을 수시로 떨어뜨리면 소리가 안 나겠냐"며 "물론 건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아래층 입장에선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신이 키우는 동물이 뛰어다니는 걸 그대로 방치하고, 소음 방지도 제대로 안 한 채 지내는 건 아랫집에 대한 '민폐'가 아닐까요?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빛나는 여신'
  • 한지민 '빛나는 여신'
  • 채수빈 '여신 미모'
  • 아일릿 원희 '여신 미모'
  • 아일릿 민주 '매력적인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