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관계 속에서 진화해 왔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홀로 생활할 수 없다. 우리는 살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해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이웃, 특히 친구와의 좋은 인간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살다 보면 어려움이 많은데 그때마다 친구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개 국적·종교 등과 관계없이 친구를 사귀지만 문화권에 따라 친구에 대한 인식과 친구를 사귀는 방법은 다른 것 같다. 나의 모국인 파키스탄에서는 친구를 매우 중요시하며 친한 친구는 형제와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친한 친구는 자주 연락하며 여가의 대부분을 함께 보낸다. 물론 사람마다 다소 다르겠지만 심지어 인생의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도 친구와 상의하고, 만약 친구가 동의하지 않으면 그 일을 실행하지도 않는다.
나는 파키스탄에 있을 때 소위 ‘발이 넓다’는 말을 들었고 친구도 많은 편이었다. 그중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적지 않았다. 특히 몇 명은 어릴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줄곧 함께했다. 주말은 물론 각종 행사나 명절 때도 가족처럼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곤 했다.
이처럼 친구에 대해 각별한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나는 한국에 온 이후에도 친구 사귐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친하게 지내고 싶어 다가설 때마다 그들과 나의 사고방식이 달라 당황스러웠다.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미숙한 내가 한국인의 인사법을 진담으로 받아들여 곤혹스러웠던 것 중 대표적인 것은 ‘밥 한번 먹자’로, 말한 친구의 말을 믿고 이제나저제나 연락을 기다리곤 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대한민국의 직장인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1위가 ‘밥 한번 먹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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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 울라 상명대대학원 박사과정 |
또 한 번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한 친구와 더욱 친하게 지내고 싶어 늘 같이 다니다가 어느 날 그가 내게 ‘술을 한잔 하자’고 권했던 일이 있었다. 나는 이슬람교 자체가 술을 마시지 않으므로 술을 마실 수 없다고 거절하자 그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해 실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도 나는 그 친구의 말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나는 술을 마시면 정신을 잃게 되고, 정신이 잃은 상태에서 하는 말은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에 대한 한국인의 사고방식은 나와 정반대였다. 한국인들에게 술은 ‘말문을 트고 소통’하는 기폭제 같은 것이었는데 나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국 생활 6년이 된 지금도 흉금을 터놓는 한국인 친구는 1∼2명에 불과하다.
글로벌 시대다. 혹시 타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데다가 언어와 문화가 달라 마음을 터놓고 지낼 이웃이나 친구는 타국 생활적응에 큰 힘이 된다. 한국과 파키스탄의 교류가 교역, 교육 등 다방면에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의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아만 울라 상명대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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