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김규리(40)다. 김규리는 지난해만 4차례나 문 대통령 참석 행사에 함께하면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따뜻한 말과 선물까지 받았다. 이는 ‘국민 배우’로 불리거나 내로라하는 톱스타도 누리기 쉽지 않은 영광이어서 '김규리가 누구이길래···'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김규리는 이번 달 방송(TBC교통방송) 고정프로 DJ자리도 꿰찼다. 지난 보수정권 시절 '청산규리'라는 비아냥을 듣고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인 셈이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일명 광우병) 파동 당시 '청산규리' 비아냥 듣기도···김민선에서 김규리로 개명
김규리는 1999년 '여고괴담 2'로 영화계에 데뷔할 때 김민선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이후 조승우의 상대역으로 나왔던 하류인생(2004년) 등 2008년까지 개성있는 여배우로 주목받았다.
그의 운명을 바꿔 놓았던 해는 2008년. 이른바 '광우병 문제'와 관련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운동의 하나로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는게 낫겠다"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남겼다.
이때부터 그에겐 '개념 여배우', '청산규리'라는 완전히 상반된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스트레스를 받던 그는 2009년 11월 김민선 이름을 버리고 '김규리'로 예명을 바꿔 버렸다.

김규리로 바꿨지만 '개념'과 '청산규리' 사이에서 예전만큼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통령으로 당선 된 뒤 김규리에게 다른 세상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해 9월23일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보수정권 시절 피해를 본 '블랙리스트 연예인'편에서 김규리를 비중있게 다뤘다 .
김규리는 "청산가리 하나만 남게 해서 글 전체를 왜곡했던 누군가가 있을 거다. 그 누군가가 10년 동안 가만히 있지 않고 내 삶 사이사이에서 계속 나를 왜곡했다. '너 아직도 안 죽었니? 죽어죽어' 하니까 시도를 했다"며 정신적 고통에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한 적 있다고 털어 놓았다.

김규리가 문 대통령을 최근접 거리에서 처음 만난 것은 2018년 1월 7일. 문 대통령은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을 보는 자리에 김규리를 초청했다. 관람 뒤 문 대통령은 "제가 듣기로 ('블랙리스트' 피해가)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심지어 자살을 생각했던 분들도 계셨다고 들었다"면서 바로 옆에 앉은 배우 김규리를 보며 "못 견뎌서 예명을 바꿨죠"라고 위로했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김규리에게 붓을 한 필 선물했다. 김규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이 붓으로 사군자 공부 꾸준히 하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대통령이 선물한 붓을 올렸다.

김규리는 그해 2월 9일 강원도 용평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리셉션 사회도 맡았다. 국가원수 등 각국 요인이 참석하는 올림픽 리셉션 사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당시 리셉션에는 문 대통령 내외,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바흐 IOC위원장,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여기에 내각과 여야 지도부, 5부 요인, 청와대 참모진과 이명박 전 대통령, 황교안 전 국무총리,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쟁쟁한 사람들도 자리했다.

김규리는 7월 3일 또 다시 문 대통령 앞에 섰다.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 사회를 본 것이다.
행사에는 문 대통령과 주요 장·차관,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과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건립위원장, 설정 조계종 총무원장, 김희중 대주교, 이흥정 NCCK총무, 엄기호 한기총 대표 회장,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규리는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 국제행사 사회까지 보는 경사를 누렸다. 그해 10월 14일 프랑스 파리 트레지엄 아트 극장에서 개최된 '한·불 우정콘서트'에서 K-POP을 알렸다.
인기 절정의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K-POP 가수들과 퓨전음악 뮤지션 등이 나선 이 행사에는 문 대통령 내외와 프랑스 주요인사와 문화예술인, 프랑스의 한류 애호가, 파리 7개 대학 한국학과 학생 등 수백여명이 참석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청와대·SBS·김규리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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