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자격 없는 사람도 동물을 너무 쉽게 사고팔 수 있는 환경이 생명을 물건처럼 여기는 풍조를 만든 것”이라며 “가해자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물을 대량생산해 판매하는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CCTV 영상 캡처 |
해당 사건은 애견샵 주인 A씨의 아들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며 알려졌다. A씨 측에 따르면 영상 속 여성 B씨는 지난 9일 오전 10시쯤 강릉의 한 애견샵을 방문해 3개월 된 말티즈를 50만원에 샀다. 이어 오후 5시쯤 애견샵에 전화를 걸어 ‘강아지가 변을 먹는다’며 환불을 요청했다. A씨는 계약서상 장염, 홍역, 선천성 질환 등이 있을 시 보증기간 10일 안에 교환을 해주게 돼 있으나 식분증(食分證)의 경우 계약서에 포함돼있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자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저녁에 다시 애견샵을 찾은 B씨는 “24시간 내에는 무조건 환불을 해줘야 한다”며 분양가 50만원 중 30만원만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A씨가 거절하자 강아지를 이동 가방에서 꺼내 A씨를 향해 던졌다. 강아지는 A씨의 가슴에 맞고 땅에 떨어졌으며 이날 자정쯤 구토 증세를 보인 뒤 새벽 2시쯤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B씨는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장님이 ‘환불해줄 수 있는데 기분이 나빠서 못 해준다’는 말에 홧김에 던졌다”며 “죽을 거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며 강아지를 던진 이유를 털어놨다.
그는 또 “우선 배변을 먹는 강아지를 처음 봐서 당황했고, 두 번째로 배변을 먹었을 때는 같이 키우는 강아지들이 보고 따라 할까 봐 걱정이 앞섰다”며 “정서적 안정을 위해 데려왔는데 배변을 먹는 강아지를 키울 생각을 하니 스트레스가 와 환불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욕먹을 짓 했다는 것 인정한다. 더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 평생을 반성하면서 봄이 되면 유기견센터에 가서 봉사활동 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A씨는 “B씨는 전에도 분양을 받았다 파기한 전적이 있어서 계약서를 받아내고 분양을 했다”며 “B씨는 이미 말티즈 2마리, 웰시코기 1마리, 포메라니안 1마리 등 적지 않은 수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때문에 B씨에게 분양 의사와 책임질 수 있는지 여부를 거듭 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추후 반려동물협회 차원에서 강아지를 던진 B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 예정”이라며 “현재 냉동 보관된 강아지 사체를 촬영해 증거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분증은 배설물을 먹는 증상으로 강아지들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행동이다.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영양소 결핍이나 무료함,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도 있다. 배변 훈련 중 심하게 혼나면 혼나지 않으려고 변을 먹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강아지의 식단 변경이나 행동 교정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없앨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연합뉴스 |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1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를) 던진 사람은 동물보호법에 의해 학대 행위로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니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의도적이고 직접적인 행위로 인해 동물이 죽은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애견샵에서 산 경우라고 하면 작고 어린 개였을 것이다. 힘을 주어 던지면 당연히 심각한 상해를 입을 수 있는 상태를 상식적으로 모를 수 없는 상황이고 학대로 분류가 되어야 할 것 같다”며 “(B씨 측은) ‘죽일 의도가 없었다’고 나오겠지만 수사 기관에서 철저히 (이번 사건을)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은 반려동물 판매 시스템의 복합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사는 사람도 동물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물건으로 생각하고 쉽게 충동적으로 사니 쉽게 버리기도 하고 이번 같은 불상사가 생기는 것”이라며 “이런 시민 의식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농장.연합뉴스 |
그러면서 국내 반려동물 대량생산 판매 시스템도 근본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개가) 굉장히 많이 생산되고 쉽게 유통되니까 아무나 기를 수 있는 것도 있다.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의 대량생산도 인정한다. ‘강아지 공장’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번식장을 허용하고 있는데 사실상 해외에선 이런 건 불법이다”며 “요새는 (미국) 캘리포니아 같은 경우 개-고양이-토끼 등 반려동물 판매를 금지했고 독일은 애견샵이 아예 없다. 영국은 유기동물 보호소나 브리더 외엔 동물 판매를 금지하는 입법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는 인터넷 거래까지 다 허용한다. 물건처럼 상업적 거래가 가능한 분위기”라며 “제도 자체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이런 끔찍한 일을 근본부터 막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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