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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左)로 불면 '신북풍', 우(右)로 불면 '북풍'…북풍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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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08 07:00:00 수정 : 2019-02-07 2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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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 북풍놓고 민주, 한국당 티격태격…좌로 갔다, 우로 갔다하는 바람에 북풍(北風)은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북한 변수'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여기에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북풍도 있다. 좌로 부는 북풍, 우로 부는 신북풍이 그것으로 보수진영에게 유리하면 '북풍', 진보진영에 도움이 되면 '신북풍'이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 한국당 '내년 총선서 신북풍 우려 돼' VS 민주당 '황당무괴한 음모론'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오는 27일~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것으로 결정되자 자유한국당은 전당대회(27일)에 초를 쳤다며 입맛을 다셨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난번 지방선거 때 (여당은) 신북풍으로 재미를 봤다고 생각한다, 미북 정상회담(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은 쓰나미로 지방선거를 덮쳐 한국당이 참패를 면하기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이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전당대회 날짜와 공교롭게 겹치게 된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이것이 의심이기를 바란다"고 한 뒤 "정부여당이 혹여라도 내년 총선에서 신북풍을 계획한다면 ‘아서라,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경고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베트남에서 미북회담이 개최 되는 것은 지난 지방 선거(2018년 6월 13일) 하루 전 싱가포르에서 미북 회담이 개최 되는 것과 똑같은 모습이다"며 "그날 한국당 전당대회 효과를 감살하려는 북측이 문정권을 생각해서 한 술책에 불과 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2차 북미회담을 신북풍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홍준표 (전) 대표가 또 황당한 주장을 내놓았다"며 "한국당 전당대회가 언제 열리든 그것은 우리 관심사가 아니다. 황당무괴한 음모론은 이제 그만 늘어놓으라"고 받아쳤다.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모습. AP=뉴시스
◆ 1차북미회담...홍준표 "미풍일 뿐이다" 읍소했지만 지방선거 참패

한국당이 신북풍에 바짝 신경을 쓰는 이유는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라는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2017년 5월 19대 대선서 힘 한번 써보지 못했던 한국당은 이듬해 지방선거를 통해 만회를 노렸지만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으로 휘청거린 뒤 지방선거 전날인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된서리를 맞았다.

당시 홍 대표가 "대한민국 안보가 벼랑 끝에 달렸다,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려던 저들의 저의는 미풍으로 끝났다. 남은 것은 민생파탄에 대한 국민 심판으로 투표장으로 가서 문재인 정권의 민생파탄을 심판하자"고 외쳤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 북풍 기원은 한국전쟁, 1960~80년대 대선 앞두고 두드러져

북풍이 위력을 발휘하게 된 것은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사건 때문이다. 한국전쟁으로 남측에서만 77만여명의 민간인이 죽거나 소식이 끊겼고 700만명이 넘는 이산가족이 생겼다. 전사한 군경만 해도 14만명이 넘었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 등에게 북한은 용서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이러한 정서 탓에 북풍의 위력은 막강했고, 쿠데타로 집권해 정통성이 취약했던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권력을 잡은 기득권 세력이 정치적 고비 때마다 북풍을 끌어 들인 배경이다.

박정희는 1967년 5·3 대통령 선거 직전인 1월 9일엔 해군 당포함이 북한 해암포에 격침당한 일, 3월 22일 이수근의 판문점 귀순을 '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박정희'라는 북풍 프레임으로 연결해 대선 승리를 낚았다. 

KAL폭파범 김현의 국내 압송 모습. 연합뉴스
13대 대선(1987년 12월 16일)을 코앞에 둔 11월 29일엔 KAL858편 폭파 사건이 일어났다. 국가안전기획부는 북한 공작원에 의한 폭탄테러라며 김현희를 아부다비에서 검거, 국내로 압송했다. 절묘한 타이밍에 저절로 불었던(?) 북풍이었다.

13년 만의 직선에서 노태우 민정당 후보(828만표)가 김영삼(633만표) 김대중(611만표) 김종필(182만표) 3김을 누르고 당선된 배경 중 하나가 KAL폭파 참사라는 데 이견이 없다.

◆ 북풍, 1996년 15대 총선 때 고유명사로 등장…총풍에 이어 DJ 때 신북풍 등장

북풍이 '북한 변수'를 뜻하는 고유명사로 자리잡은 것은 1996년 4·11 총선(15대 국회의원 선거) 때다. 민주자유당에서 신한국당으로 개명한 집권 여당은 1996년 4· 11총선 때 3분의 1석을 넘기기도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소리까지 들었다. 그 즈음 판문점 주변에서 북한군이 무력시위를 펼쳤다.

북풍에 힘입어 신한국당은 139석을 차지한 반면 김대중 총재의 국민회의는 79석, 김종필 총재의 자민련은 50석, 통합민주당은 15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러자 정부 여당이 대북지원을 대가로 북한측에 적당히 무력시위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이후 북풍은 선거때 힘을 발휘하는 북한변수라는 고유명사로 정착했다.

총풍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공작. 사진=사나이픽처스 제공
1997년 12월 15대 대선에선 총풍까지 등장했다.

집권여당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아들의 병역문제로 휘청거리자 위기를 느낀 청와대 측이 베이징에서 북한 인사를 만나 '휴전선에서 총격 등 무력시위를 벌여 달라'고 요청했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다. 그 일을 묘사한 영화가 대북공작원 흑금성의 일을 그린 '(북풍)공작'이다.

2000년 4·13 총선을 사흘 앞두고 김대중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합의 사실을 발표하자 한나라당은 "총선용 신북풍"이라며 발끈, 신북풍 용어가 새롭게 등장시켰다.

◆ 약발 다한 북풍 대신 '신북풍'이 위력을

북풍도 21세기 들어 그 힘을 잃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선 제2연평해전과 2차 북핵 위기로 북풍이 불 조짐을 보였으나 ‘노무현 바람’을 극복하지 못했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침몰이라는 메가톤급 북풍이 일고 이명박 정부는 적극 활용했지만 그해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참패하고 말았다.

'신북풍'은 실체 여부를 떠나 위력면에선 최근 북풍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에,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철전지 원수였던 북한과 미국 지도자가 악수하는 모습에 전세계가 열광했다. 신북풍 위력 때문인지 한국당은 그해 6· 13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자리 중 TK(대구 경북) 2곳만 따내는 참패에 넋이 나갔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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