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이박김 숙청설'은 지난해 10월 19일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 입에서 나와 퍼졌다. 조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때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시중에 '안이박김(안희정·이재명·박원순 등) 숙청설'이 회자되고 있다. 안희정·이재명 날리고 박원순 까불면 날린다는 말로 소회가 어떤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재명 지사는 "인생무상을 느낀다"며 어색하게 웃었다.
조 의원이 '김'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아 '김'이 김경수 지사인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인지 해석이 분분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그해 11월 KBS 인터뷰에서 "친문들이 임종석 비서실장, 김경수 지사 같은 사람들로 후계 구도를 짰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쳐낼 거다라는 말이 파다하게 퍼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중에서 '김'은 김 지사보다 김 장관을 지칭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안이박김' 괴담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로 낙마하고 이재명 경기지사도 여배우 스캔들, 아내 트위터, 친형 강제입원 논란 등으로 사법처리 위기에 몰렸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산하기관의 고용세습 논란과 국정조사 수렁에 빠지자 튀어 나왔다.
이런 괴담을 놓고 여권 내부에선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작품일 뿐이다며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김 지사의 법정구속으로 여권으로선 판을 달리 짜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안 전 지사와 김 지사는 같은 듯 다르다. 안 전 지사는 친노적자로 불리지만 친문핵심은 아니었다. 친문핵심 인 김 지사는 친노그룹에선 안 전 지사만큼 지분이 크지 않다.
김 지사 발목을 잡았던 드루킹 김동원씨가 자신이 이끄는 경제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과 채팅에서 '친문이 안희정과 정봉주를 미투로 날렸다'고 한 분석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안 전 지사와 김 지사의 운명은 2018년 3월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직전까지 여권 차기주자 중 선두를 달렸던 안 전 지사는 수행 여비서의 미투와 함께 충남지사직을 내놓는 것으로 사실상 정치 운명을 마감했다.
반면 김 지사는 국회의원직(김해을)을 내려놓고 경남지사 선거전에 뛰어든 뒤 유력한 여권주자 중 한 명으로 주목받았다.

여권의 유력 잠룡 중 이낙연 국무총리만 이런 저런 풍파에 시달리지 않고 순항하는 모습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국회의원과 전남지사 등을 거치며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는 노하우를 익힌 것과 현직 총리 프리미엄, 경쟁자들의 제발등 찍기 등 호재에 힘입은 바다.
1년 전만 해도 이 총리는 차기 대권 주자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안 전 지사, 이 경기지사에게 밀렸다. 그러나 안 전 지사가 낙마하고 이 지사가 각종 스캔들로 주춤한 틈을 타 지난해 하반기부터 범여권 후보 중 1위오른 뒤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안 전 지사와 이 지사, 김 지사 모두 재판 결과가 확정되지 않아 변수는 많다. 세 사람은 최종적으로 유무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리고, 차기 대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 TV조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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