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또는 조직원의 회식 때, 사람들은 각자 자기 입속에 넣었던 숟가락으로 찌개를 떠먹거나 반찬을 집어가고, 때로는 술잔을 돌리기도 한다. ‘같이 먹기’ 식사문화가 구성원의 연대의식을 높이는 좋은 전통이라 옹호하는 사람이 있지만, 타인의 타액을 먹는 것으로 비위생적이라 비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같은 음식을 함께 먹는 식사문화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전통’이다. 조선시대 궁중 행사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보면, 우리 조상은 한 그릇 음식을 나눠 먹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일하다 새참을 먹는 서민도 각자 자기 음식을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전통사회에서는 각상(各床)문화가 일반적이었다. 겸상(兼床)으로 같은 음식을 공유하는 문화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1960년대 이후 한국에서 외식산업이 성장하면서, 음식점에서는 ‘집에서 음식 차리는 방식 그대로’ 식탁을 차렸다. 그러면서 ‘같이 먹기’ 식사문화는 가정에서 벗어나 외식업으로까지 확대됐다.
어쨌든, 국내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은 대부분 한국인의 이러한 식사문화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가족이나 연인 또는 친구·동료 등이 하나의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고, 하나의 탄산음료에 여러 개의 빨대를 꽂아 공유하거나, 떡볶이 한 그릇을 여러 사람이 나눠 먹는 장면을 추가로 지적한다.
한국인의 ‘같이 먹기’ 식사문화는 위생에 좋지 않다. 같은 반찬, 찌개, 떡볶이, 아이스크림, 음료수를 나눠 먹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타액을 섭취해 헬리코박터균 등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용 집게와 앞접시를 이용하면 ‘정’도 나누고 ‘위생’도 챙길 수 있다. 같은 그릇이 아닌 한자리에서 음식을 나누는 것이 ‘정’의 핵심이다. 회식 때 ‘술잔 돌리기’ 문화도 각자 술잔에 술을 채우는 방식으로 바꾸면 된다. 이미 이러한 방향으로 한국인의 식사문화는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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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
한국인 중 급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많은데, 그 원인 중 하나가 ‘같이 먹기’ 식사문화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형제자매가 여럿 있었을 때, 한국인은 아이 때부터 맛있는 음식을 좀더 많이 먹기 위해 경쟁하면서 급히 음식을 섭취하게 됐다. 각자 음식이 배분되면 천천히 먹어도 되지만, 같은 음식을 식구와 나눠 먹으며 한국인은 인성을 형성했다. ‘빨리빨리’ 문화의 근원을 여기서 발견한다.
다문화 사회 한국에는 한국 문화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곳곳에 있다. 외국인은 물론이고, 한국의 청년세대도 ‘같이 먹기’ 식사문화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많다. 식사문화 전통의 재창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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