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2.8%로 2011년(2.9%) 이래 가장 높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7%라는 점에서 민간소비가 2005년 이후 처음으로 GDP 성장률을 넘어선 것이다. 2005년 당시 민간소비 증가율은 4.4%로, 경제성장률(3.9%)을 웃돌았다.
지난해에는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꺾인 가운데 소비가 성장세를 지탱했다.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가 1.4%포인트로 2011년(1.5%포인트)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성장기여도는 2014년에 0.9%포인트로 떨어졌다가 점차 상승했다. 소비 내역을 보면 내구재 증가율이 6.2%로 높았다. 전년 동기대비로 상반기 8.3%, 하반기 4.2% 늘었다. 중산층의 가전 구매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미세먼지 문제로 공기청정기와 의류관리기 판매도 늘었다. 여름엔 폭염 속에 에어컨이 많이 팔렸고 건조기도 ‘워라밸’에 힘입어 판매가 증가했다. 준내구재도 5.9%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상반기 4.6%, 하반기 7.2%를 기록했다. 옷과 가방, 화장품 판매가 꾸준히 이뤄졌다.
중국 관광객들의 면세점 구매에 더해 젊은 층의 소비도 꾸준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롱패딩 인기도 한몫했다. 연초 평창동계올림픽 효과가 있었고 4분기엔 서비스 소비가 많았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의료비 지출이 많았고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오락문화 분야에서 소비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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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북적이는 과일시장 지난해 최저임금 상승과 정부 재정 효과 등으로 민간소비가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27일 부산 해운대구 반여농산물시장이 설 연휴를 앞두고 선물용이나 차례용 과일을 구입하려는 고객으로 붐비고 있다. 부산=뉴시스 |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정부 보조금과 저소득층 지원 영향으로 재정 지출이 많이 이뤄진 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자리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약발에 의존하는 민간소비 증대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이후 가장 적었고, 실업률은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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