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면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사마귀 알집이 자주 눈에 띤다. 지난 가을 사마귀 암컷이 남긴 치열한 생존의 흔적이다. 산란할 때 거품 분비물이 함께 나와 굳으면 추위와 건조를 막을 수 있는 방한성 알집이 만들어진다. 사마귀 알집은 과거 ‘상표소’라 불리는 한약재로 이용되기도 했다. 한반도 중부지역에는 보통 사마귀와 왕사마귀의 알집이 많은데, 남방계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추가 지정된 넓적배사마귀의 알집도 중부 도심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마귀 알집은 부동의 상태로 멈춰 있는 보잘 것 없는 존재 같지만, 사실 엄청난 분산 잠재력을 숨기고 있다. 알집 하나에 수백개의 알이 잠자고 있는데, 신도시 개발이나 도시 생태공원 등이 많이 만들어지면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부터 가로수나 조경수를 옮겨 심어 인위적으로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1896년 아시아산 왕사마귀와 1899년 유럽산 항라사마귀가 북미 대륙에서 발견되고, 1944년 아시아산 사마귀가 하와이에 퍼진 기록은 사마귀가 알집 상태로 국경과 바다를 뛰어넘은 사례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2009년 이후 새로운 외래종 ‘넓적배사마귀’의 확산을 보도하고 있는데, 원인의 한 가지로 수입 물품인 중국산 대나무 빗자루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전북에서도 동일종이 발견돼 곤충학회에 보고됐는데, 아직까지 정확한 유입 과정을 알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함께 퍼져나가는 곤충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대부분 사람의 눈길을 피하는 작은 크기와 상상하기 어려운 전파 경로를 거칠 수 있어서이다. 애집개미, 집게벌레 등 오늘날 집 안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곤충이 사람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전 세계에 번져 범세계종이 됐다. 낯선 곤충이 새로 발견됐다면 우선 인위적인 영향을 고려해 봐야 한다.
김태우·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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