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글을 쓰려면, 한발 더 나아간 글쓰기 습관이 필요하다.”
책 읽고 글 쓰기 20년차인 방송 작가 이윤영(사진)씨. 이 작가는 오랫동안 대중이 원하는 글만 쓰다 막상 자신의 이야기를 쓰려고 했을 때 막막하고 두려웠다고 한다.

그가 최근 자기계발서 ‘어쩌면 잘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표지)를 출간한 계기도 이런 경험과 무관치 않다.
이 작가는 “어떻게 하면 잘 쓸까 고민하기 전에, 매일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쓸거리가 없다면 하루 동안 물을 얼마만큼 마셨는지, 친구랑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써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한다.
이어 ”이렇게 매일 쓰다 보면 습관은 자연스레 길러진다”며 ”이것이 글을 꾸준히 잘 쓰는 비결”이라고 소개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그는 평소 기업이나 학교, 도서관 등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자신의 글로 ‘나만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설파해왔다. 이 작가는 아울러 블로그와 브런치를 통해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다양한 이들과 소통한 이야기도 함께 책에 담아내 글쓰기의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
그는 “‘글쓰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버리고 ‘쉽다’고 생각해보자”며 ”그러면 일상에서 글 쓰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단언한다.
아울러 “글쓰기가 어렵다는 생각은 글쓰기 자체를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라며 ”이 두려움을 없애려면 매일 글을 쓸 수밖에 없고,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글쓰기 반드시 필요한 ‘3인방’이 있다고 소개한다. 퇴사를 앞둔 직장인과 전업주부, 은퇴자를 꼽았다.
그는 “생각을 정리하기에 글쓰기만큼 좋은 것도 없다”며 “퇴사를 앞두고 있다면, 다이어리나 메모장에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이 작가도 글을 꾸준히 쓴 결과 퇴사 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했던 생각이 서서히 윤곽이 잡혔다고 한다.
그는 또 “정해진 업무 시간도 없고, 주변에서는 ‘나’라는 존재보다 ‘○○이 엄마’로 불리는 전업주부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찾는 시간이지 않을까”라며 “글을 쓰면, 그 순간만큼은 오로지 나만 생각할 수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맞는 은퇴자에게도 그 전의 삶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기에 더없이 좋은 것이 글쓰기”라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나아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글쓰기 법도 소개한다. 먼저 자신의 경험을 잘 녹여내야 하며, 구체적인 생각과 느낌을 넣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힐 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더불어 ‘아님 말고’ 정신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콘텐츠가 되는 글에는 뻔뻔함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이 작가의 지론이다.
그는 ”각 잡고 쓰느라 제대로 쓰지 못하거나 부담스러워 아예 쓰지 않는 일도 많다”며 “아님 말고 정신으로 여러 글을 써봐야 내가 무엇을 잘 쓰고 어디에 관심이 많은지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작가도 ‘글 쓰는 한량’이라는 닉네임으로 날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썼고. 그 글로 안 쓰던 이들을 부추기는 ‘대마왕’으로 등극했다고 한다.
이 시대의 진정한 ‘글쓰기 애정자’를 자처하는 그와 일문일답을 통해 ‘잘 쓰는 이’보다 ‘오래 꾸준히 쓰는 이’가 되는 법을 알아본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
”나만의 콘텐츠 개발법과 글쓰기 전문 코치로 활동 중이다. 글쓰기에 대해 막연히 두려워하고 힘들어하는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심지어 굉장히 글을 잘 쓰는 이도 너나없이 자신은 ‘못 쓴다’, ‘쓰면 쓸수록 어렵고 힘들다’는 말을 계속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되었다. 나 역시 오랫동안 대중이 원하는 글만 쓰다가 정작 내 이야기를 쓰려고 했을 때는 막막하고 두려웠다. 하지만 ‘공개하는 글쓰기’, ‘나만의 콘텐츠’로 무장하면서부터 두렵고 막막한 존재가 아닌 재미있고 흥미롭게 변했다. 이런 쉽고 재미있는 글쓰기 방법을 많은 이들과 블로그와 브런치를 통해 공유했다. 덕분에 10년째 블로그를 열어만 두고 한 줄도 안 쓰던 이들이 글을 올리고, 한 줄 메모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수많은 글을 봤다. 좀 더 많은 이들이 이런 쉬운 글쓰기 방법을 알면 좋을 듯 해서 책을 만들게 되었다.”
-이 책을 특히 누가 읽었으면 좋겠는지.
“글쓰기를 막연히 두려워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이 꽤 많다. 무엇보다 자신이 글을 잘 쓰고 있음에도 계속 ‘잘못 쓴다’, ‘어렵다’는 말이 하는 이들도 많다. 이제 글쓰기는 우리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전화보다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 일도 많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야만 하는 일도 많다. 이 책은 이런 일상 속 작은 글쓰기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 올리기, 책 쓰기 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걷어버리고, 쉽고 즐겁게 하고픈 모든 이들이 읽었으면 한다. 특히 십수년째 노트에 일기만 써온 이, 날마다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이 등 조금이라도 글을 쓰고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대부분 글쓰기를 두려워하고 어려워한다. 작가님은 정반대로 글쓰기가 쉽고, 재미있다고 한다? 혹시 어렸을 때부터 문학소녀였는지?
“아니다. 흔히 말하는 문학소녀도 아니었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부류도 아니었다. 책보다는 일찍이 영상에 빠져 드라마와 각종 방송 프로그램 ‘덕후질’을 했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블로그에 날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느 날 깜빡하고 글을 못 올린 날이 있었는데, ‘오늘은 왜 글을 안 쓰느냐?’, ‘어디 아프신 건 아닌가?’라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내 글을 기다리는 ‘독자’가 생긴 것이다. 깜짝 놀랐고, 그때부터 더 열심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이 쉽고 재미있는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글쓰기를 하면 좋은 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책에도 언급했지만 일단 ‘집 나가 행방불명’ 중인 자존감이 급격히 상승하는 게 가장 좋은 점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지만 매일 매일을 기록하고, 글로 남기다 보면 그 평범한 하루가 특별해지고 소중해진다. 또 시간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쓰게 된다. 글을 쓰게 되면 나도 모르게 자투리 시간, 흩어졌던 시간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어 효과적으로 하루를 쓰게 된다. 더불어 글쓰기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생각을 하고 산다. 하지만 그 생각이 단순한 ‘단상’이나 ‘느낌’으로 끝나버리는 게 대다수다. 하지만 조금씩 글을 남기게 되면 조각난 생각이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정리된다. 아주 신기한 경험이다. 다들 꼭 이 느낌을 공유하길 바란다.”
-글쓰기 왜 해야 하는가?
“먼저 ‘왜 해야 할까’ 되묻고 싶다. 살면서 글쓰기가 필요없는 순간이 있었을까? 단언컨대 나는 이제 그런 순간은 없다고 본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글쓰기는 어쩌면 ‘작가’나 ‘기자’ 등 이를 ‘업’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의 분야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내가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이 문자 메시지로 이루어진다. 단체 카톡방에서 자신의 의견을 하나 올리려고 해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올리는 이의 글은 다르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이제 글쓰기는 필수다. 어차피 해야 할 것이라면 기왕이면 즐겁고 신나고 재미있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굳이 글쓰기를 하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은 없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맞다. 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너무 불편해서 굉장히 힘든 하루하루 보낼 것이다. 삶의 질적 향상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떻게 즐겁고 재미있게 사느냐는 결국 내가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 그렇게 살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쉬운 것 중 하나가 글을 쓰는 것이다. 삶이 무료하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꼭 글쓰기를 추천한다. 삶이 너무 재미있어질지도 모른다.”
-글쓰기를 쉽게 하는 방법은?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단 10분이라도 쓰기를 권한다. 일단 하루 24시간 중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절대시간’을 파악해보자. 그리고 그 시간에 알람을 맞춰놓는다. 알람이 울리면 모든 것을 멈추고 딱 10분 글쓰기에 매진해보자. 단 10분이지만 온 신경을 집중하기 때문에 엄청난 양과 질의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매일 기록하고 쓴 글을 다양한 SNS에 올려서 공개해보자. 어쩌면 아주 짧은 시간에 엄청난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블로그나 SNS에 공개하는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추천했는데, 이런 글쓰기는 어떤 효과가 있나?
“공개하게 되면 자신의 글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너무 감정에 치우치지는 않았는지, 내 글에 오류는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특히 조금이라도 남에게 ‘도움이 되려는’ 이른바 ‘정보’가 든 글을 쓰게 된다. 내 글을 읽는 이들에게 나의 작은 경험이지만 나누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골방 글쓰기’로는 이런 효과를 느끼기 어렵다. 낯설고 두렵겠지만 공개하는 글을 조금씩 써보자.”
-일기는 ‘글’인가 아닌가?
”많은 이들이 내게 이런 질문을 한다. 엄밀히 말해서 일기는 문학 장르에는 속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글’은 아니다. 글에는 다분히 공적인 효력과 기능이 있다. 일기는 자기만의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일기를 남들에게 읽힐 만한 글로 남기고 싶으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피력하면 된다. 이를 위해 ‘공개하는 글쓰기’가 무엇보다 효과적이다.”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두려움 때문에 공개하는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가 많다.
“맞다. 내가 아무리 목놓아 이야기를 해도 본인 스스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힘든 것이 공개하는 글쓰기다. 블로그나 SNS에 글을 올리면 아는 이들이 들어와 볼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일일이 내 SNS 계정까지 챙겨보러 들어오는 지인들은 의외로 별로 없다. 주변에 본인이 직접 알리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블로그나 SNS가 부담스럽다면 작가들이 운영하는 글쓰기 모임이나 교실(클래스)에 참가해보길 권한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실력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함께하는 글쓰기의 매력은 엄청나다.”
-새해 첫달이다. 새해 계획으로 독서나 글쓰기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많을 텐데, 조언을 해준다면.
“1일 1메모 쓰기부터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단 뭐라도 써야 실력이 붙는다. 알람을 맞춰 두고 예쁜 노트와 펜을 사서 날마다 일정한 시간 동안 메모 1장 쓰기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조금 ‘글근력’이 키워지면 블로그나 브런치, 인스타그램 등에 글을 공개해보자. 그럼 1년 후 어쩌면 작가가 된 당신을 만날 수도 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면서도 알찬 이야기가 들어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만나본 많은 이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게 대단히 어려운 것이라고 오해하는 이도 있는데, 자신이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 평소 생각을 글로, 영상으로 남기는 것이 그것이다. 자신이 대단한 콘텐츠가 있음에도 막연히 글쓰기가 두려워서 그것을 담아내지 못하는 이들이 참 많다. 독자들이 갖고 있는 엄청난 콘텐츠를 꺼내주고, 그것을 글과 영상 등 다양한 툴로 남기는 작업을 도와주고 싶다. 더불어 그런 이야기들을 나 역시 글로 남기는 작업들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사진=위너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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