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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도미노”…시골에서도 최저임금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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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1 07:00:00 수정 : 2019-01-10 16: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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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최저임금 도미노] 사람구하기 힘든 시골 축산업자들/임금인상 ‘도미노’로 어려움 토로
“우리처럼 사람이 급한 시골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갑’입니다”

경북 시골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석우(가명)씨는 최근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1년차 외국인 근로자 월급을 최저임금으로 올려주다보니 그 위에 있는 3, 4년차 근로자들도 줄줄이 임금을 인상해줘야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2년전보다 체감하는 지출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돼지 시세도 안좋아 인건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데 우리처럼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기조차 힘든 소규모 농장들은 결국 임금인상과 관련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을’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의 여파가 이제 도시의 자영업자들을 넘어 시골에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채용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축산농가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년 전보다 30%오른 임금, 연쇄 도미노로 시름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지난해(7530원)에 비해 10.9% 인상됐다. 일급으로 환산(8시간 근무 기준)하면 하루 6만6800원이다. 또 월급으로 환산하면 40시간 근무제의 경우(유급 주휴수당 포함, 월 209시간 근무 기준) 174만5150원이다. 2년 전인 2017년(시간당 6470원)에 비하면 29.0%나 오른 수치다.

농축산 농가가 많은 시골에서도 최저임금은 화두다. 많은 농가가 올해부터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을 최저임금에 맞추다보니 지난해와 그 전부터 일했던 근로자들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온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체류 등의 단속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석우씨의 농장에도 외국인 근로자가 3명 있다. 하지만 최근 3년차에 접어든 근로자로부터 “최저임금이 올라 막내 (신참 근로자) 임금이 오르니 나도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김씨는 “지금도 임금 부담으로 힘든데 이제 모든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줘야되는 상황이 됐다”며 “돼지 시세마저 나쁜 상황에서 앞이 캄캄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농협축산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돼지고기 가격은 1kg당(지육) 3123원으로 전월대비 20.5%, 평년대비 21.5% 하락했다. 지난달 돼지고기 도매 평균 가격은 1kg 당 3597원으로 6월(5192원) 대비 44% 내렸다. 구제역 등의 여파로 지난해 중순까지 고공행진하던 돼지고기 가격은 여름을 지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요즘 누가 축사에서 일하나’…복잡한 외국인 채용절차

시골의 많은 축산업자가 외국인 근로자의 임근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근로자를 구하기 힘들고, 채용과정이 복잡해서다.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려면 고용허가신청서 제출 전 14일 동안 내국인을 상대로 구인노력을 해야하고, 고용센터에 신청해야 한다. 이후 고용허가서 발급 대상 사업장으로 확정되면 외국인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일하도록 소개하는 시스템이다.

고용노동부도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전국 고용센터를 통해 신규 도입 비전문 외국인 노동자(E-9 비자) 1만6720명분에 대한 고용허가신청서 접수를 시작했다. 이 중 제조업 8000명, 농축산업 3270명, 어업 1160명, 건설업 1140명, 서비스업 50명 등 1만4320명분은 업종별 배정인원이 확정됐고 나머지 2400명분은 업종별 실제 수요를 반영해 탄력적으로 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작 시골에서는 이같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채용과정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내국인이 기피하는 축산업에 일할 외국인 근로자를 뽑는데 행정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경북 영천에서 축산업을 하는 이모씨도 최근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임금인상 요구를 받았다. 근로자들은 이씨에게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더 일한 우리는 더 많이 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씨는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이씨는 “요즘 사람들 중에 축사에서 일할 사람이 몇이나 있느냐”며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데 복잡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고, 심지어 옆 농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해도 고용센터 등을 통해 사람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많아 가능하면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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