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싸게 한 편이겠지?”
오는 4월 결혼식을 앞둔 최모(32·여)씨는 지난해 9월 흔히 ‘스드메’라 불리는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업체와 계약한 뒤 남자친구와 이같이 안도했다. 계약금은 130만원. 웨딩박람회 몇 군데를 돌았고, 인터넷 카페와 지인들을 통해 대략 가격을 파악한 터라 ‘저렴하게 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은 의구심으로 바뀌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추가 비용 탓이다.

웨딩드레스 업체를 고르는 ‘드레스 투어’ 비용이 업체별로 3만원씩 나왔고, 스튜디오 촬영일과 결혼식 당일 신부를 돕는 ‘헬퍼 이모’에게도 일당을 15만원씩 따로 챙겨줘야 한다. 드레스 하나로 사진 수백장을 찍을 수 없어 드레스 한 벌과 예비신랑이 입을 턱시도 한 벌을 더 빌리는 데도 돈을 썼다. 여기에 실장급이 아닌 원장급에게 메이크업을 받는 데 추가로 드는 비용, 스튜디오에서 사진 원본을 받고 앨범 사진을 추가하는 데 드는 비용 등을 합하니 스드메 비용이 240만원까지 늘었다.
“혹시 우리가 속은 건 아닐까?”
남자친구가 최씨에게 넌지시 물었다. 최씨는 속상한 마음에 평소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민을 털어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경험으로 속앓이를 했다” 등의 댓글이 여럿 달렸다. 웨딩 정보 카페들을 살펴봐도 “스드메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다” 같은 글이 쉽게 눈에 띄었다. 사실 속았다고 보긴 어렵다.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플래너의 설명에도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다만 ‘사진 원본처럼 꼭 필요한 것들도 추가 비용을 꼭 내야 하나’란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최씨의 사례처럼 스드메 추가 비용 문제로 마음고생을 하는 예비부부가 많다. 계약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추가 비용이 결혼 준비를 해나갈수록 조금씩 쌓이면서 나중에는 적잖은 부담이 되는 것이다. 예비신랑 정모(35)씨는 “스튜디오나 메이크업숍 등에서 ‘다른 분들은 보통 이 정도는 더 한다’고 권유하면 ‘한 번 뿐인 결혼식인데’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열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웨딩업계는 스드메 추가 비용 문제가 업계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현상이라고 항변한다. 3일 웨딩업계에 따르면 갈수록 결혼식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 인터넷 발달로 소비자들의 가격 정보를 예전보다 쉽게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 때문에 구성이 다소 부실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일단 계약을 성사시켜야 ‘끼워팔기’라도 해서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향숙 동부산대 교수(웨딩·뷰티)는 “요즘 스드메 가격이 과거에 비해 굉장히 낮아졌다”며 “추가 비용 문제는 단순히 업체들이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진입장벽이 낮고 비수기가 존재하는 웨딩산업 특성과 사회 변화에 따른 업체들의 생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무조건 싼 것만 찾으려 하지 말고 옵션 등을 꼼꼼히 따져 합리적인 상품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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