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탄소는 탄소와 산소로 구성된 화합물로 분자식은 CO이다. 대기 중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0.02%인 경우 약한 두통이 2~3시간 만에 오고, 0.16%인 경우 두통과 현기증이 일어나는 데 20분이 소요되고, 의식불명과 사망까지는 10~15분이 소요된다. 1.28%일 때는 의식불명과 사망에 이르기까지 1~3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일산화탄소는 상온에서 무색, 무취, 무미의 기체로 존재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산화탄소 유출을 감지할 수 없어 ‘소리 없는 살인자’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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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도 한림대 교수 환경생명공학 |
그러면 일산화탄소 중독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호흡을 통해 체내로 유입된 일산화탄소가 산소와 헤모글로빈의 결합을 방해하고, 일산화탄소와 결합한 헤모글로빈은 체내에서 산소 해리 작용을 억제한다. 그러므로 체내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생체 활동에 교란이 일어난다. 특히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뇌 기능이 상실되면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또한 헤모글로빈과 산소는 왜 결합하는가. 인간은 호흡 과정을 통해 공기 중의 산소를 체내로 흡입 공급한다. 체내로 유입된 산소는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의 영양성분을 산화시키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활용해 생명을 유지하게 된다. 이처럼 중요한 산소를 체내에서 운반하는 역할을 헤모글로빈이 담당하고 있다. 헤모글로빈은 적혈구에서 철을 포함한 붉은색의 단백질로 산소 분압이 높은 폐에서는 산소와 잘 결합하고, 산소 분압이 낮은 체내(산소가 희박한 조직)에서는 산소를 유리 공급한다. 즉 헤모글로빈과 산소는 가역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이어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과 산소 결합을 어떻게 방해하는 것일까.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과의 친화성이 산소보다 210배 이상 높으며, 비가역적으로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카복시헤모글로빈을 생성한다. 카복시헤모글로빈은 산소 운반 기능이 없으므로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그러므로 두통, 어지러움, 나른함, 구역질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의식 없음,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다. 치료 후에도 기억상실, 마비, 말초신경병 등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위험한 일산화탄소 배출을 없앨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 일상에서 일산화탄소의 주요 배출은 유기물 형태의 탄소화합물인 연료 연소 과정에서 이뤄진다. 연료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완전연소되면 이산화탄소와 물이 생성되나,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연료가 불완전연소되면서 이산화탄소 대신 일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연소기술이 발달돼 완전연소율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나, 완전연소의 달성은 쉽지 않아 미량이라 할지라도 일산화탄소의 배출은 피할 수가 없으며, 폐쇄 공간에서 이뤄지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인간은 에너지 없이는 하루라도 살 수 없고, 현재는 화석연료 연소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대부분 에너지를 얻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표적 고체, 액체, 기체 화석연료로서 각각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꼽을 수 있다. 화석연료의 보유 에너지와 연소 후의 생성물(주로 이산화탄소와 물) 에너지의 차이만큼 연소 과정에서 외부로 에너지가 방출된다. 즉 연소반응은 발열반응이며 발생 에너지를 난방 및 에너지 공급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일산화탄소 발생을 근절 또는 줄이기 위해서는 연료 연소에 의해 에너지를 얻는 활동을 근절하거나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는 난방을 이용하는 겨울철에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일산화탄소 중독사고에 대비해 각별한 주의는 물론 사전 예방과 제도적인 보완, 그리고 향후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원의 발굴이 필요하다.
김승도 한림대 교수 환경생명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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