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성의 영어 이름 ‘코멧(comet)’의 어원은 ‘긴 머리카락을 가진’이란 뜻이다. 이는 당연히 길게 늘어선 혜성의 꼬리를 의미한다. 혜성은 흔히 ‘더러운 얼음 덩어리’라 불리는 핵과 이를 둘러싼 가스와 먼지 층인 코마, 그리고 꼬리로 구성돼 있다. 얼음과 돌덩이 등이 엉켜 만들어진 혜성의 핵은 보통 크기가 수십km에 불과하지만, 태양에 근접할수록 뜨겁게 가열되면서 기체와 먼지를 방출해 코마와 꼬리를 만든다. 혜성의 희박한 대기층인 코마는 핵보다 훨씬 커서 크기가 수천km, 아주 드물게는 태양만큼 커질 수도 있다. 혜성의 꼬리는 길어지면 수천만km로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혜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수금지화목토천해’를 외우며 태양과 행성이 태양계 가족이라고 배웠지만, 태양계는 행성보다 작은 물체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차 있는 곳이다. 특히 해왕성 부근과 그 너머에 존재하는 카이퍼대와는 부분적으로 겹치면서 이보다 더 멀리 뻗으며 퍼져 있는 산란 원반이라는 영역 속의 얼음 덩어리들이 단주기 혜성의 공급원이 된다. 또한 이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 태양을 구처럼 둘러싸고 있는 오르트 구름에는 혜성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얼음 덩어리가 존재하는데, 이 중 일부가 주변을 지나가는 별이 미치는 중력의 영향으로 이탈해 태양을 향하게 되면 주기가 훨씬 긴 혜성이 탄생한다.
과학자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혜성에 직접 탐사선을 보내 표면을 관찰하고 충돌체를 쏘아 분출물을 검사하거나 착륙선을 직접 내려보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혜성을 연구해 왔다. 그런데 비르타넨처럼 지구에 근접해 지나가는 혜성은 탐사선 도움 없이 혜성의 구조와 성분을 상세히 분석할 좋은 기회가 된다. 미국 연구팀은 비르타넨이 근접했을 때 전파를 쏜 후 반사된 신호를 분석하는 레이더 기법을 이용해 혜성의 코마 속에 감추어진 핵을 조사했다. 그 결과 비르타넨의 핵이 매우 울퉁불퉁하고 주름진 형상을 하고 있고, 그 주변에 미세한 덩어리가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밀리미터파를 검출할 수 있는 칠레 아타카마 고원의 망원경을 활용한 연구팀은 비르타넨 혜성이 방출하는 전자기파를 분석해 시안화수소를 포함한 유기분자가 풍부히 존재함을 확인했다.
역사 속에서 혜성은 인류에게 주로 재난과 불행의 상징으로 다가왔다. 오늘날 혜성은 태양계 형성 초기의 물질을 품고 태양과 행성의 중력으로 결정되는 궤도를 따라 달리는 보고와 같다. 과학자들에게는 태양계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우리에겐 혜성의 신비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맑은 겨울밤 쌍안경을 들고 비르타넨이 뿜어내는 초록빛을 감상하러 야외로 나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고재현 한림대 교수·물리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