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하청 등 다면적인 고용관계에 있을 경우에는 원청에 의한 ‘총괄안전책임자’ 선임을 의무화해 안전관리 책임을 하청업체로 돌리지 않고 원청에서 체계적으로 주도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확인한 노상헌 서울시립대 교수의 2016년 6월 논문 ‘사내하도급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법적 규제’에 따르면 일본의 ‘노동안전기본법’, 이른바 노안법은 사업주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즉 노안법은 사업주 개념에 대해 사용자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더라도 ‘사업을 하는 자’로 규정, 원청 사업주에 대한 산업재해 및 안전관리 책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각종 안전사고나 산업재해가 발생할 때 책임을 현장 책임자나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치라고, 노 교수는 분석했다.
일본 노안법은 사업주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확립하도록 의무화했다는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즉 사업주에게 사업의 산업재해 및 안전을 총괄 관리하는 ‘총괄안전관리자’를 선임하도록 했다. 특히 하청 등 다면적인 고용관계에 있을 경우에는 원청에 의한 총괄안전책임자 선임을 의무화해 안전관리 책임을 하청으로 돌리지 않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일본 노안법은 사업주 이외에도 산업재해 방지 및 안전관리 책임주체를 두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사업과 관련된 기계와 기구, 원재료 등이 주요하게 사용될 경우 이와 관련된 주체들도 안전관리에 노력하도록 한 것이다.
노상헌 교수는 이와 관련, 논문에서 “국내 산안법은 취지와 달리 명시적인 고용관계가 없는 하도급의 경우 원청 사업주의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지만, 일본은 산업재해 및 안전관리 등을 위한 노안법의 의무주체로 원청 사업주를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모든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1972년 6월 ‘노동안전위생법’, 이른바 ‘노안법’을 제정했다. 노안법은 노동기본법상 ‘사업자’에 대한 포괄 책임만으론 증대하는 산업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주’에 대한 책임을 확립한 법안으로 평가받는다.
일본에선 이후 시대상황과 산업현장 변화 등을 감안해 관련 법령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면서 산업재해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 이에 안전사고에 따른 사망사고는 비교적 낮다는 분석이다.
실제 2015년 5월 일본 정부의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정규직 근로자는 3265만명이고, 비정규직 근로자는 1979만(37.7%)이었다. 2014년 일본의 산업재해 사상자가 11만9535명 가운데 사망자는 1057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재해 사망자가 가장 많은 업종은 건설업으로, 377명이었다.
◆국내 ‘산안법’은 원청 사업주의 안전사고 책임 불분명 지적
반면 국내의 경우 산업재해 및 안전사고에 대해 원청 사업주에게 분명하고도 확실히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각종 산업재해가 이어지고, 특히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전사고 피해를 집중적으로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김용균씨가 숨진 에너지발전 분야에서도 산업재해와 안전사고가 하청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서부발전을 비롯한 5개 발전사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발생한 안전사고 346건 가운데 무려 337건(97%)이 하청 업무에서 발생했다. 특히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간 산재로 사망한 40명 가운데 하청 노동자는 37명(92%)에 달했다.

이는 현재 국내 ‘산업안전보건법’, 이른바 산안법이 취지와 달리 명시적인 고용관계가 없는 하도급의 경우 원청 사업주의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노 교수는 이와 관련, 논문에서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하청 내지 외주화로 특정 하청근로자들에게 위험이 전가되고 책임이 부담돼야 할 주체가 면책된다면 법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에 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지난 11월 유해성과 위험성이 높은 작업의 사내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하면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내용의 산안법 전면 개정안이 제출돼 있는 상황이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사진=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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