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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어라, 마셔라”… ‘술독’에 빠진 연말연시 한국 사회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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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2 20:39:13 수정 : 2018-12-12 21: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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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송년회에 ‘혼술’도 만연… 건강엔 ‘빨간불’ 서울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최모(30)씨는 최근 빼곡한 저녁 일정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부서 송년회는 물론 직장 동기나 친한 선후배들과의 모임, 대학 동창 모임 등으로 매일 저녁 술 약속이 잡혀 있다고 한다. 최씨는 “평소 퇴근 후에 혼자 운동을 하거나 집에서 쉬는 걸 좋아하는데, 매년 12월만 되면 그럴 시간이 없다”고 푸념했다.

연말연시 대한민국이 ‘술독’에 빠져 있다. 이달 들어 직장이나 각종 모임에서 송년회를 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술자리가 덩달아 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월초부터 빼곡히 잡혀 있는 송년회 일정에 부담감을 호소한다. 이 때문에 술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송년회를 하는 기업이 많아졌지만, 연말 분위기에 취해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혼술족’도 상당수다.

12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설문조사 플랫폼 두잇서베이가 성인남녀 30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6.9%가 ‘올해 송년회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의 64.3%보다 소폭 상승한 것이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직장인은 53.3%(1629명)였다. 평균 송년회 참여 계획도 3회로 지난해 2.5회보다 다소 늘었다.

송년회에 가겠다는 사람과 참여 횟수는 늘었지만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 59.4%는 ‘송년회 참석이 부담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분위기 자체의 불편함’(17.0%), ‘음주 강요’(16.8%), ‘경제적 여유 부족’(14.6%) 등이 거론됐다. ‘시간적 여유 부족’(9.4%)이나 ‘송년사 등 멘트 준비가 부담’(7.0%)이란 응답도 있었다.

특히 과도한 음주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았다. 가장 꺼려지는 송년회 유형에 관한 질문에서 응답자들은 폭음을 뜻하는 ‘먹고 죽자형’(28.1%)을 최악의 유형으로 꼽았다. 반대로 선호하는 송년회 유형으로는 ‘딱! 한 잔만형’(23.4%)에 이어 맛집을 찾아다니는 ‘먹방 투어형’(18.3%), ‘논 알콜형’(10.8%), ‘문화체험형’(10.7%) 등이 꼽혔다.
이처럼 음주 위주 송년회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영화나 공연을 관람하는 등 ‘문화회식’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 중견기업에서 과장급으로 재직 중인 신모(45)씨는 “직원들 눈치도 있고 해서 전처럼 ‘부어라 마셔라’ 식의 송년회를 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우리 과는 올해 송년회 때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연말이 되면 꼭 송년회 자리가 아니더라도 ‘혼술’을 즐기는 이들이 느는 추세다.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요즘 잇단 취업 실패의 아픔을 술로 달래고 있다. 김씨는 “갑자기 날이 추워지면서 연말 분위기가 많이 나는데, 그래서 술 생각이 더 자주 나는 것 같다”며 “친구들과 모여서 마실 때도 있지만 집에서 혼자 마시는 게 더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음에 대한 경고와 함께 술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모이는 분위기가 확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뜩이나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 과음까지 하면 심·뇌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며 “술이란 게 마시다 보면 적당히 하기가 어려운 만큼 송년회 문화 자체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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