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고는 개통 1주년을 앞둔 KTX 강릉선의 강릉~진부 구간에서 일어났다. 8일 오전 승객 198명을 태운 서울행 열차가 강릉역을 출발한 지 5분 만에 사고가 났다. 기관차 등 앞 차량은 T자 모양으로 꺾였고, 열차 10량 모두 선로를 이탈했다. 사고는 선로전환기 전환상태를 표시해 주는 회선 연결이 잘못돼 신호시스템 오류가 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 후속 조치도 엉성했다. 대학 입시 등 중요한 일정을 소화하려고 열차를 탔던 승객들은 강추위 속에 KTX 측의 안이한 대처와 늑장 조치에 또 한 번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최근 철도 사고를 보면 코레일의 안전불감증과 기강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KTX 탈선 사고 당일 대구역에서는 서울행 KTX 열차가 30분간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서울역으로 진입하던 KTX 열차가 선로 보수작업 중이던 포클레인을 들이받아 작업자 3명이 다쳤다. 작업을 열차운행 일정과 조정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어이없는 사고였다. 하루 뒤인 20일에는 충북 오송역에서 KTX 열차에 전기공급이 중단돼 열차 120대 운행이 지연되는 대혼잡이 빚어졌다. 이런 철도를 어떻게 믿고 승객 안전을 맡길 수 있겠나.
운동권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오영식 사장은 2월 취임하자마자 과거 불법파업으로 해고된 철도 노조원 98명을 복직시켜 논란이 됐다. 노조에 힘이 실리고, 남북 철도협력을 우선시하는 경영이 이뤄지면서 기강 해이와 이에 따른 안전점검·시설관리의 문제점 등이 제기돼 왔다. 오 사장은 국회에서 두 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사장에게 관리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코레일의 안전불감증과 기강 해이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는 13일 범정부 회의를 열고 국가기반시설 안전관리대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더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안전관리와 예방에 고삐를 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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