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과 목요일은 훈련소에 입소하는 장병과 그들을 배웅하는 가족, 친구들로 화요일은 훈련을 마친 아들, 친구를 보러 온 이들로 붐빈다. 출장도 아니고 가족, 친지끼리 집을 떠나 다른 지역을 가는 것이지만, 여행이라고 하긴 애매하다. 여행으로 논산을 찾기보다 떠나보내고, 배웅하러 들르는 곳으로 여긴다. 이별의 장소, 고된 훈련의 장소로만 기억된다. 여기에 드라마의 가슴 벅찬 감동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추억의 장소가 입소 장병이 훈련을 받는 연무대 인근에 들어섰다. 바래지 않고 오랫동안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고택에서는 논산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연무대로만 기억되는 논산에 새로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
![]() |
충남 논산 ‘선샤인 스튜디오’는 주위 모든 건물이 드라마에 나온 모습 그대로다. 드라마 야외 촬영을 위해 지은 세트장이기에 드라마의 감동을 헤칠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
“가베 한 잔 하시겠소?”
입장하는 순간 말투가 바뀐다. 아니 바꿔야만 할 것 같다. 연인끼리라면 드라마에 나온 대사로 “합시다. 러브, 나랑, 나랑 같이”라는 말을 던지며 분위기를 잡아본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빠져들어 정주행한 이들이라면 그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껴 보고 싶어진다. 드라마에 대해서만 종일 얘기를 하고 싶지만,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곳에선 다르다.
![]() |
한성전기 건물에 있는 유진 초이 집무실 책상. |
![]() |
글로리 호텔 1층에 전시된 유진 초이와 고애신이 찍은 사진. |
등장인물들이 운명적 만남을 하고, 낭인들이 혈투를 벌이고,악역 ‘츠다’를 응징한 장소 홍예교가 눈에 들어온다. 주위로 구동매 등 낭인들이 걷던 진고개 일본인거리와 한옥, 일본식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스튜디오 반대편에 ‘대안문’이 보이지만, 그리 멀어 보이진 않는다. 눈길 가는 장소를 볼 때마다 드라마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세트장 전체를 보는 이 장소는 일종의 예고편이다.
![]() ![]() |
선샤인 스튜디오에선 유진 초이, 고애신, 쿠도 히나 등 드라마 등장인물의 옷을 입고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 |
2층은 ‘가베(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카페 난간은 세트장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도 겸한다. 난간에서 내려보면 홍예교 옆으로 ‘불란셔 제빵소’가 보인다. 홍예교 아래로는 김희성이 ‘그대(고애신)를 위해 준비’한 전차도 있다. 전차의 모든 표를 구매한 김희성은 고애신에 “나만 듣고 싶었소. 그대의 얘기를”이라며 고애신과 짧은 전차 데이트를 즐기며 속마음을 얘기한다. 단 둘이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하긴 쉽지 않다. 다른 여행객들이 둘만 앉아 있게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전차에 올라탄 구동매처럼 말이다.
글로리호텔에서 내려와 홍예교를 건너 ‘대안문’ 방향으로 향하면 드라마에 나온 배우들의 옷을 빌려 입을 수 있는 양품점이 있다. 원하는 옷을 빌려 유진 초이, 고애신, 쿠도 히나 등 등장인물로 변신해 어떤 포즈를 취해도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 |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을 한 해결사들이 차린 만물상 겸 흥신소 ‘해드리오’. |
나가는 길에도 쉽게 내보내질 않는다. 유진 초이가 고애신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기차와 그가 묻힌 한성 외국인 묘지 촬영지가 있다. 드라마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며 자연스레 대사 한 줄이 생각난다. ‘씨 유 어게인.’

서바이벌 체험장 옆으로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영화 세트장도 있다. 서울 종로 일대를 재현했다. 정병희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장은 “선샤인랜드는 단순한 드라마 촬영지가 아니라 한류와 첨단기술이 접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에 많은 고택이 있지만, 논산 명재고택은 품고 있는 얘깃거리와 풍광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선샤인 스튜디오’가 북적되는 곳이라면, 명재고택은 고즈넉한 분위기에 빠져들기 제격이다.
명재고택에 대해 얘기하려면 조선시대 당쟁을 벌인 노론과 소론을 얘기 안 할 수 없다. 노론을 대표하는 인물이 송시열이라면 소론을 대표하는 인물은 성리학자 명재 윤증이다. 명재고택은 윤증의 아들과 손자가 지은 집이다. 실제 윤증이 거주했는지가 확실하지 않아 명재고택은 한자로 오래됐다는 의미의 ‘고택(古宅)’이 아닌 인연이 있는 옛집이라는 의미로 ‘고택(故宅)’으로 표기한다.
![]() |
명재고택은 위엄을 살리는 솟을대문과 담이 없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정원을 지나면 바로 바깥주인이 거주한 사랑채가 나온다. |
![]() |
명재고택 사랑채 누마루 창은 가로세로 비율이 16:9로 TV화면 비율과 같다. |
논산=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