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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공간에 은은한 커피향이… 도심 쉼터로 거듭난 공장 건물 [최현태 기자의 푸드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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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8 03:00:00 수정 : 2019-03-20 18: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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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어라운드 파이브’/창고를 카페로 개조해 10월 오픈/높은 천장·탁트인 공간 ‘매력 만점’/성수동 ‘바이산’/갤러리·카페 겸용 용도로 대수선/
테이블서 의자까지 작가들 작품으로
어라운드 파이브

서울 성수동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씨(43)가 요즘 자주 찾는 공간이 있다. 얼마전 회사 근처에 문을 연 핫플레이스로 카페 겸 와인바 어라운드 파이브다. 6m에 가까운 높은 층고로 개방감이 돋보여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다 날아갈 정도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김씨는 퇴근길에 이곳에 들려 감각적인 음악을 들으며 따뜻한 차나 와인 한 잔으로 힐링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가슴이 탁 트이는 넓은 공간과 2∼3층은 족히 되는 높은 층고. 공간을 가득 메우는 커피 향기. 갤러리를 방불케하는 미술품과 조형물까지. 요즘 가장 인기있는 공간을 꼽으라면 바로 창고형 카페다. 대림창고를 시작으로 카페의 성지로 떠오른 성수동을 비롯, 전국에 시원한 개방감을 자랑하는 생활공간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주로 물류창고 등이 갤러리, 문화공간, 카페로 업사이클링하면서 도심속의 쉼터로 인기몰이중이다.

어라운드 파이브
어라운드 파이브

#창고형 카페의 성지 성수동

 

지난달 문을 연 어라운드 파이브는 원래 벤처 등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사무실을 나눠쓰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패스트 파이브가 입주 기업인들을 위한 쉼터로 마련했다. 그러나 독특한 공간 디자인이 입소문을 타면서 주변 직장인들에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낮에는 주로 카페, 밤에는 간단한 식사와 함께 맥주, 와인을 즐길 수 있는데 극강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다양한 메뉴와 와인 리스트가 강점이다.

어라운드 파이브 2층 전경

특히 매우 모던한 공간 설계가 눈에 띈다. 높은 천정과 노출 콘크리트를 활용해 자연미를 강조했고 생화와 다양한 식물을 배치해 업무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힐링을 준다. 공간 포인트인 그린을 강조하기 위해 마감재는 색상을 사용하지 않고 내추럴 톤을 사용했다. 가운데 공간에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직사각형 테이블 설치해 개인들이 노트북 작업을 하거나 단체 모임하기에 안성마춤이다. 형태와 높이가 다른 테이블과 의자로 꾸민 것도 독특하다. 무엇보다 탁 트인 공간이 매력적. 출입구 외벽은 통유리여서 낮에는 따사로운 햇살을 즐길 수있다. 안쪽은 식물로 덮힌 테라스가 마련됐고 2층 공간도 업체들이 다양한 행사에 적합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특히 반원형의 바 테이블과 좌석도 마련돼 와인수입사의 와인 등 주류 시음회를 열기에 안성마춤이다. 지하철 2호선과 도보로 5분거리여서 교통도 매우 편리한 편. 

바이산
바이산

성수동 창고형 카페의 터줏대감은 대림창고. 그런데 많은 이들이 다녀온 뒤에도 한참동안 대림창고로 착각하는 곳이 바로 바이산(BAESAN)이다. 기자도 얼마전 이 곳을 방문했는데 최근까지 대림창고로 여겼을 정도다. 대림창고 바로 왼쪽에 있는 바이산은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1970년대 정미소로 지어진 대림창고는 자재보관 창고로 쓰이다 2011년부터 갤러리와 카페를 겸한 공간으로 문을 열였는데 창고가 워낙 커 왼쪽 340평 가량 공간은 빈채로 남겨 놓았다. 대기업 임원 출신 김지말 대표(56)가 이곳을 임대, 지인과 함께 20억원을 투자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바이산

바이산이 다른 창고형 카페와 다른 점은 테이블에서 의자까지 모두 작가들의 작품이란 점이다. 입구에 왼쪽에 길게 이어지는 동판 테이블은 이광호 작가 작품으로 수천만이 들어갔다. 또 하이 체어도 정원섭 작가의 작품이다. 바이산에 설치된 작품들은 두세달에 한번씩 바뀌는데 1년동안 6차례 작품이 새로 걸렸다. 작품을 걸고자 하는 기성작가들에게는 대관료를 일부 받는다. 하지만 젊은 무명작가에게는 무료이며 설치 비용까지 제공한다. 김 대표는 “무명 작가들은 대관료를 마련할 형편이 안돼 설자리가 거의 없다. 이들에게 작품을 대중에게 알리는 장을 마련하는 취지에서 무료로 대관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성 작가들도 거대한 설치작품의 경우 그 크기를 수용할 만한 공간을 찾기 마땅치 않는데 창고형 카페가 안성마춤이어서 많은 작가들이 선호한단다. 실제 지금은 최영관 작가의 철로 만든 대형 조형물이 전시중이다. 이 곳이 과거의 유산인 만큼, 산업현장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날것’의 예술품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바이산

바이산에는 다른 곳과 비슷하게 커피를 위주로 빵과 다양한 음식, 와인, 맥주 등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창고형 카페와 다른 점은 제대로 우려낸 명성 높은 보이차를 9000원에 즐길 수 있어 보이차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다. 김 대표는 커피 말고도 몸에 좋은 보이차가 있는데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안타까워 이를 시그니처 메뉴로 내세웠단. 카페 이름 바이산도 사실 유명한 중국 심천의 보이차 브랜드란다. 바이산은 ‘813’이란 뜻으로 이는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숫자를 조합해 놓은 것으로 중국에서 8은 발음이 ‘빠(八)’로 돈을 번다는 뜻의 ‘파차이(发财)’의 ‘파’와 유사해 부를 가져다주는 길조의 의미를 지녔고 넘버원을 뜻하는 1과 3도 중국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숫자다.

 

요즘 제주를 찾는 이들이 반드시 들리는 곳중 하나가 엔트러사이트 한림점이다. 일제시대 공출을 위해 돌로 지어진 전분 공장을 그대로 활용해 카페로 꾸몄는데 입구에서 들어사자마자 곳곳에 놓인 대형 기계설비들이 압권이다. 마구 자란 풀과 뒤엉킨채 그대로 놓여져 있어 마치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곳에 와 있는 착각을 준다.

동춘175

#문화공간과 쇼핑몰로 재탄생하는 산업유산

 

요즘 용인 동백지구의 가장 핫플레이스를 꼽으라면 지난 7월 오픈한 복합쇼핑몰 ‘동춘175’다. 패션기업 세정그룹이 1974년부터 사용하던 1호 물류센터인데 쓰임이 없어진 창고를 업사클링을 통해 개방감이 돋보이는 독특한 쇼핑몰로 환생시켰다. 브런치 카페와 라이프스타일 숍,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 등을 갖춰 ‘3040 맘’들에게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실제 평일에는 5000명, 주말에는 1만명이 찾을 정도다. 동춘(東春)은 세정그룹 박순호 회장이 1968년 부산중앙시장에서 시작한 첫 의류 도매상 ‘동춘상회’ 사명에서 따왔는데 동쪽에서 희망의 봄이 불어온다는 뜻이란다.

​동춘175

무엇보다 동춘175가 인기를 끄는 배경은 ‘쉼과 여유’를 컨셉으로 자연과 공존하는 아날로그적 가치를 공간 인테리어에 적극반영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중심으로 시각을 바꿔 쇼핑 공간은 대폭 줄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먹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키우는 설계에 중점을 둔 점이 눈에 띈다. 4층짜리 높은동과 2층짜리 낮은동으로 이뤄졌는데 층고가 무려 약 9m에 달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확 트인 개방감을 준다. 1층부터 4층까지 넓게 트인 계단으로 이뤄져 일상의 쉼터 역활을 하는데 양 옆에 다양한 중고 서적이 마련된 ‘동춘 도서관’을 조성해 책을 빌려 읽는 여유도 부릴 수 있다. 특히 자연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건축 설계가 돋보이는데 통 유리창 인테리어로 이뤄져 개방감이 뛰어나고 천정의 유리창을 통해 하늘도 볼 수 있다. 또 옥상정원을 꾸미고 공기 정화 식물로 채워진 나아바(NAAVA) 라운지를 갖춰 힐링을 제공한다. 쇼핑몰도 안채, 담, 장(場) 등 한국적 건축요소를 담아 브랜드가 돋보일 수 있도록 진열한 점이 눈에 띈다. 

문화비축기지 전경
문화비축기지 내부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근처에 흉물처럼 방치됐던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지난해 9월 대형 탱크의 웅장함을 그대로 살린 ‘문화비축기지’로 탄생해 독특한 문화예술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서울시는 1973년 중동전쟁으로 제1차 석유파동을 겪자 민생 안정 정책의 일환으로 1976년~1978년 반지하 석유 저장 시설(G-1)을 건설, 탱크 5기에 총 6908만ℓ를 비축했었다. 그러나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경기장이 걸설되면서 근처에 있는 석유비축기지가 위험시설로 분류돼 다른 곳으로 이전한뒤 2000년 12월 시설은 폐쇄됐다. 시민들의 아이디어 참여와 국제공모를 통해 재탄생한 문화비축기지에서는 다양한 축제, 공연, 전시가 마련되고 있다.

 

54년동안 와이어를 생산하던 부산 고려제강 공장도 2008년부터 버려졌다가 최근 복합문화공간 ‘F1963’으로 으로 재탄생해 미술품 전시와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강릉에서 시작된 뮤명 커피전문점 테라로사도 이곳에 입점했는데 공장 자재를 그대로 사용해 이색적인 공간을 만들어 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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