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법관 탄핵

관련이슈 설왕설래

입력 : 2018-11-23 21:26:23 수정 : 2018-11-23 21:26:23

인쇄 메일 url 공유 - +

2013년 일본 국회탄핵재판소는 전철 내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오사카 지방재판소 판사를 파면했다. “여성 인권 존중 의식이 결여돼 국민의 존중과 신뢰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법관들은 직무태만이나 위신을 현저하게 실추시키는 비행을 저지른 경우도 탄핵 대상이 된다. 미성년자 성매매나 법원 여직원 스토킹, 성적 내용을 담은 이메일 발송 탓에 파면되기도 했다. 1948년 이후 지난해까지 9명의 법관이 탄핵소추돼 7명이 파면됐다.

미국의 경우 1803년 이래 15명의 연방법관이 탄핵소추를 당해 8명이 파면됐다. 연방대법관 1명이 소추된 적이 있지만 기각됐다. 탄핵소추 사유는 소송 당사자와 부적절한 사업상 관계, 뇌물 요구, 절차 방해 등 직무 외에 탈세, 성폭력, 정신적 불안이나 술에 취해 재판한 경우 등 범위가 넓다. ‘자의적이고 고압적인 재판 지휘’로 파면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모두 ‘정치적인 이유’로 판사가 탄핵소추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법관 탄핵소추 발의가 두 차례 있었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985년 유태흥 대법원장의 인사권 남용에 따른 탄핵소추안은 국회 표결까지 갔다가 부결됐다.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광우병 촛불시위 관련 사건 재판 개입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여당의 표결 거부로 무산됐다. 우리 헌법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제65조)로 한정해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법관의 파면을 어렵게 한 것은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소신껏 양심과 법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을 하라는 뜻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법관들에 대해 ‘탄핵소추 검토’를 결정해 후폭풍이 거세다. “법관대표회의를 탄핵하라”는 일선 법관들 반발이 커지면서 법원이 반으로 쪼개졌다. 정권이 바뀌면 탄핵 주창자들에게 부메랑이 돌아올 수도 있다. ‘집안일’을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검찰로, 국회로 떠넘기는 사법부의 처지가 군색하다.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는 어떻게 회복할 건가. 국민들은 사법부 전체를 탄핵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채희창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배드빌런 윤서 '상큼 발랄'
  • 배드빌런 윤서 '상큼 발랄'
  • 배드빌런 켈리 '센터 미모'
  • 있지 유나 '완벽한 미모'
  • 박주현 '깜찍한 손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