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진영 “여자가 먼저 시비 걸었으니 ‘남혐 범죄’”
바른미래당 장진영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수역 폭행사건은 혐오범죄 맞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해당 사건이 남성혐오 범죄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사안의 진상 파악을 위해 어제 밤 사건 발생장소인 이수역 ‘OO비어’를 방문했고 동작경찰서와 취재기자들에게도 문의를 해보았다”며 “동작경찰서는 어제 CCTV 분석 결과 1차 발표를 했는데 신체접촉은 여성이 먼저 했고 여성들이 소란을 피웠다는 것이 요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사건의 쟁점은 과연 여성들의 주장처럼 여성혐오범죄인가 하는 점”이라며 “OO비어에서 해당 여성들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에는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과 남성 혐오 발언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 동영상에 의하면 상대를 비하하고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것이 명백”하다고 보았다.
장 의원은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반복되는 심한 폭언도 폭행이 될 수 있다. 두 여성은 ‘병신새끼들, 6.9센치’를 수차례 반복했는데 이것만으로도 폭행이 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자료로는 이 사건은 혐오범죄가 맞다. 그런데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 남성혐오범죄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결론지었다.
◆신지예 “‘여자가 맞을만한 짓 해서 맞았다’는 시선 우려스러워”
그런가 하면 녹색당 신지예 공동운영위원장은 이수역 폭행 사건은 여성혐오를 바탕으로 한 증오범죄라 평했다.

신 의원은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페미니스트라 선거 벽보가 뜯기고, 숏컷이라고 길거리에서 린치를 당하고, ‘메갈X’이라며 온라인에서 조롱과 멸시를 받는다”며 “한국이 어떻게 여성혐오가 사회가 아닙니까?”라고 일갈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 출마 당시 선거 벽보와 현수막이 여러 차례 훼손된 바 있다.
신 위원장은 이어 “이수역 폭행 사건은 여성 혐오를 바탕으로 한 증오범죄”라며 “단순 폭행사건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2차 가해를 우려하며, 욕설이 심각한 폭행을 정당화시키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16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여자가 맞을만한 짓을 해서 맞았다’ ‘욕을 했기 때문에 때려도 된다’ 혹은 ‘다른 여성들도 이제는 오프라인에서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이런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며 “동기가 어떻게 됐든 폭행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머리가 찢겨지고 피가 나올 정도로의 폭행 사건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 사건을 들었던 사람들이 이 사건 원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여성이 그런 방식의 욕설을 한 것, 공식적인 자리에서 혹은 대중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식으로 욕설한 것이 동기가 되어서 ‘충분히 그럴(폭행할) 만하다’라는 이 편견 어린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저는 우려스러울 따름”이라 덧붙였다.
◆“여성도 군대가” vs “넌 면제자” 래퍼들도 뛰어든 온라인 설전
성대결을 바탕으로 한 온라인 설전도 뜨거운 양상을 보인다. 래퍼들은 ‘남혐’ ‘여혐’과 관련된 디스곡을 내며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래퍼 산이가 15일 ‘이수역 사건 새로운 영상’이란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며 논란의 불씨를 댕겼다. 해당 영상은 이수역 폭행 당사자인 여성이 남성을 비하하는 심한 욕설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1분가량인 해당 영상만으로는 전후 사정을 알 수 없고 여성 목소리만 나오게 편집됐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산이는 16일 신곡 ‘페미니스트’를 내고 맞대응했다. 신곡 가사에는 “넌 또 OECD 국가중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가 어쩌구 저쩌구”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가냐. 왜 데이트 할땐 돈은 왜 내가내. 뭘 더 바래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 다 내줬는데 대체 왜 그럼 결혼할 때 집값 반반”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산이가 참여하기로 했던 모 브랜드 공연이 취소되기도 했다.
래퍼 제리케이는 산이를 저격하는 ‘NO YOU ARE NOT(노 유 어 낫)’을 냈다. 이 곡은 “맞는 말 딱 한 개 가부장제의 피해자 것도 참 딱한 게 그걸 만든 것도 남잔데 당연 그 아래서 님도 모르게 꿀 반 게 한두갤 거 같애?” “CEO 고위직 정치인 자리 대신에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로 내는 생색” “없는 건 없는 거야 마치 면제자의 군부심”라는 가사가 군 미필인 산이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래퍼 슬릭도 ‘EQUALIST(이퀄리스트)’를 내고 ‘산이 때리기’에 가세했다. 산이는 18일 ‘6.9cm’를 내며 디스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누리꾼들도 각 진영에 가세해 공격적인 댓글로 싸움을 거들고 있다.
이번 사태가 성대결 구도로 흐르는 것에 전문가들은 걱정의 시선을 보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18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인 등 소수의 사람이 일반 국민 사이에서 싸움을 부추기면 안 된다. 설전이 오가다 보면 갈등을 증폭시키는 상승효과가 나게 된다”며 “이수역 폭행 사건 같은 갈등은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 사회에서 평등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일어날 것이고 기득권 측에서 양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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