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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민예 창립 45주년 기념작 ‘꽃신’ 무대에

입력 : 2018-11-16 17:56:42 수정 : 2018-11-18 00: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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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까지 대학로 ‘극장 동국’, 어머니 마음으로 100년의 우리 역사 그려내
극단 민예 창립 45주년 기념작 '꽃신'의 한 장면. 사진=극단 민예 제공

뿌리 깊은 극단 민예(대표 이혜연)가 창단 45주년을 맞아 155회 정기공연 ‘꽃신’(연출 김성환)을 무대에 올린다.

14일 개막해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극장 동국’ 무대에 오르는 ‘꽃신’은 어머니 마음으로 100년의 역사를 통해 잔혹한 가족사를 그린 작품이다.

‘꽃신’은 “잔혹한 가족사, 어머니 마음으로 보는 100년의 역사”란 포스터 카피에서 보듯 19세기 말에서 20세기를 관통하며 여성을 중심으로 한 민초들의 가족 수난사를 그리고 있다. 처절한 근현대사 속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절규와 아련함을 강렬하게 담아냈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연극 ‘꽃신’의 의도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무대가 열리면 꽃분, 미자, 영순이 장례식장에 들어온다. 혜숙의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오는 것이다. 자신처럼 힘겹게 살다간 혜숙의 삶을 돌아보고 한을 풀어내기 위함이다. 장례식장 문 너머에는 울음소리보다는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를 반겨주는 소리가 들린다. 또한, 오랜만에 만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 며느리를 시어머니로 모셨던 며느리가 반갑게 인사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소리도 들린다. 도희가 꽃신을 본다. 슬픔에 잠겨있는데 어디선가 혜숙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왔다. 엄마, 왔다.” 꽃분은 자식이 동학운동에 참여했다가 죽어 어린 자식을 고달프게 키운다. 미자는 남편이 동학 때 죽고 어린 자식을 힘겹게 키우지만, 자식 또한 독립운동에 참여했다가 죽는다. 영순은 남편이 독립운동하다가 죽고, 어린 자식을 악착같이 키우지만, 자식 또한 공산주의자로 몰려 죽는다. 잔혹한 가족사를 물려받은 혜숙은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지만 노동운동을 하다가 어처구니 없이 자식을 보내고 치매에 걸려 죽는다. 마지막은 남은 도희는 그들의 꽃신을 보고 오열한다.
 
'꽃신' 출연 배우들. 왼쪽부터 김연재 이혜연 심소영.

이처럼 ‘꽃신’에 등장하는 다섯 어머니의 삶은 하나 같이 기구하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 연극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처럼 어머니에서 어머니로 이어지는 여성 잔혹사를 지독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연출가 김성환은 “‘꽃신’을 통해 신승자의 역사, 영웅의 역사에 가려진 가족의 역사, 어머니와 또 다른 어머니인 며느리의 잔혹한 가족사를 보여주고자 한다”면서 “우리는 역사를 다룰 때 정치사·경제사 등 중요한 인물을 다루면서 그 안에는 남성만이 존재했지만 우리의 역사에는 고단한 삶을 이겨내며 가족을 지켜냈던 여성의 역사가 있다”고 했다.

무대는 장례식장이다. 장례식장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장소이다. 인간의 희노애락이 마지막으로 머물다 사라지는 무대인 것이다. 무거운 발을 벗어버리고 저 하늘로 떠오르는…. 죽음은 인간이 거쳐야 하는 마지막 통과의례이다. 무대는 삶과 죽음을 경계 짓는 커다란 문이 있고, 안과 밖, 이승과 저승, 땅과 하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그 너머에는 구름 같은 수많은 영정이 둘러싸고 있다. 어느 순간 경계를 허무는 소리가 들리면서 죽은 자의 목소리와 산 자의 목소리가 공존하게 된다.
 
왼쪽부터 배우 송정아 김시원 신은제.

‘꽃신’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한결같이 베테랑들이다. 극단 민예의 대표이기도 한 이혜연은 수십 편의 작품에 출연한 중견 배우이고, 심소영은 2016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신인상 수상자. 김연재는 ‘택시드리벌’ ‘파우스트’ 등에서 열연했다. 송정아는 ‘지옥도’ ‘고추말리기’ 등에서 이름을 알렸고, 김시원은 ‘체크메이트’ ‘햄릿왕 피살사건’을 통해 개성 넘치는 연기로 주목받았다. 아름 역을 맡은 신연제만 촉망되는 신예다.

연출은 물론 작품까지 쓴 김성환은 ‘유, 햄릿’ ‘하녀들의 위험한 게임’ 등을 무대에 올린 대학로의 터줏대감으로 2009년 ‘템프파일’로 D-FESTA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2013년 제13회 2인극 페스티벌에서 ‘오늘, 식민지로 살다’로 작품상을 받았다.

음악을 맡은 심영섭도 21세기한국음악상(문화관광부)과 YEPP Music 튜닝어워드 대상, 2009년 올해의 젊은 국악인상(신인상)을 수상한 쟁쟁한 음악감독이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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