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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낯선 설렘' 유럽에서 이슬람 풍경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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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16 10:00:00 수정 : 2018-11-14 21: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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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 / 소설 속 범죄도시… 왠지 긴장 / 알록달록 예쁜 건물들에 미소 역사와 문화의 도시 마케도니아 오흐리드는 수천년을 그래왔듯이 휴양과 관광의 도시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는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마치 지중해의 한적한 휴양 도시 같다. 밑에서 솟아오르는 맑은 샘물로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투명한 호수로 여름이면 일광욕과 수영하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여름의 오흐리드를 꼭 다시 방문해 보자는 다짐을 하며 호숫가 테이블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으로도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가장 높은 더 플라자 호텔에서 바라본 도시 전경. 위에서 내려다본 시내는 광장을 중심으로 길이 쭉 뻗어 있고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진한 커피 한 잔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오흐리드를 떠나 호수 건너편 알바니아로 향한다. 호수를 따라 1시간을 운전하니 알바니아와의 국경선이다. 또다시 1시간 남짓을 운전하면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Tirana)다. 동쪽으로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그리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알바니아의 서쪽은 이탈리아와 마주한 아드리아해이다. 티라나는 알바니아 중서부에 위치한 내륙 도시로서 아드리아해에서 동쪽으로 27㎞ 떨어져 있다. 알바니아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다. 하지만 티라나는 어제 머물렀던 오흐리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신생 도시다.

티라나 중심에 위치한 중앙 광장은 알바니아의 국민 영웅 스칸데르베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총 면적은 4만㎡로 광장 중심에는 유명한 스칸데르베그 동상이 세워져 있다.
기원전부터 로마제국의 일부였으나 이후 동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알바니아는 16세기 이후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티라나도 16세기까지는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았지만, 1614년 당시 지배자였던 술만이 이슬람 사원, 하맘 등을 지으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1차 대전 이후 이탈리아로부터 간섭이 심해지면서 도시는 이탈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1939년에는 이탈리아 파시스트에 의해 병합되고 말았다. 그로 인해 중심 도로와 중앙광장 등은 20세기 초기에 유명한 이탈리아 건축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알바니아는 2차 대전 이후 공산정권이 들어섰고, 1985년까지 알바니아 노동당 중심의 스탈린 노선을 견지했다. 1989년 동유럽 국가들의 민주화 물결로 1992년 민주정부가 수립됐으며 1998년에는 공산주의 헌법체계를 파기하고 신헌법을 마련하면서 현대 국가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16세기까지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은 티라나가 현대 국가의 면모를 갖추는 데 역할을 한 인물의 동상들이 곳곳에 서있다.
티라나 시내에 들어서자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공사 현장이 많아 보인다. 중앙광장에서 멀지 않은 호텔에 체크인을 마치고 걸어서 시내로 향한다. 쉬지 않고 운전하였더니 피곤함이 몰려온다. 3시간이 안 되지만 국경 넘어 다른 나라로 간다는 심리적 부담이 컸던 듯하다. 간단한 점심을 위해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쇼핑몰 근처로 향했다. 쾌적한 공기가 아닌 공사 분진이 걱정이 됐지만 1층 카페에 자리 잡고 점심을 즐기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둘러본다.

여행지에서는 유적지 못지않게 주변,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큰 볼거리다. 점심 식사를 위해 나온 사람들인지 거리에는 사람이 많다. 거리는 붐비지만 발걸음과 표정에는 출근길과 다르게 웃음꽃이 피어 있다. 여유롭게 길거리 카페에서 차 한 잔을 즐기며 지나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티라나에서의 일정을 시작한다.

알바니아의 중서부에 위치한 내륙 도시 티라나 시내 풍경. 알바니아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다른 도시와 달리 유난히 검은색 중형차량이 자주 보인다. 순간 소설에서 읽었던 범죄 배경이 티라나였다는 것을 떠올리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차량이 북적이는 스칸데르베그 광장 주변을 따라 조심스레 걷기 시작한다. 티라나 중심에 위치한 중앙 광장은 알바니아의 국민 영웅 스칸데르베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총 면적은 4만㎡로 광장 중심에는 유명한 스칸데르베그 동상이 세워져 있다. 스칸데르베그는 독립운동을 벌이면서 오스만제국으로부터 25년간 국토를 지켜냈다. 그러나 그가 사망한 1468년 알바니아는 다시 오스만제국에 합병되었으며 1968년, 사망한 지 500년이 되는 해 그의 동상이 중앙광장에 세워졌다.

8개의 기둥과 아치를 연결하는 오스만 제국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티라나의 옛 지도자 카플란 파샤의 무덤.
중앙광장에는 1988년 공산정권을 이끌었던 E 호자의 기념비가 세워졌지만 1991년 민주화 혁명과정에서 철거됐다. 알바니아 역사가 광장 주변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는 듯했다. 광장 중심을 기점으로 거리를 따라 걸으니 오스만 건축 양식인 모스크도 보인다. 건물 색상이 알록달록 파스텔톤이어서 유럽에서 낯선 이슬람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스칸데르베그 광장 주위로 유명 호텔, 문화궁전, 국립 오페라극장, 국립 도서관, 국립은행, 에템 베이 모스크, 시계탑, 국립역사박물관 등이 있다.
광장 주위로 유명 호텔, 문화궁전, 국립 오페라극장, 국립 도서관, 국립은행, 에템 베이 모스크, 시계탑, 국립역사박물관 등이 있다. 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다 눈에 띄는 외관의 커다란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더 플라자 호텔이다. 티라나 시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고 한다.

티라나에서 가장 현대적인 건축물인 더 플라자 호텔.
문득 티라나 시내를 한눈에 담고 싶어 호텔로 향했다. 호텔 앞은 8개의 고전적인 기둥과 아치를 연결하는 오스만 제국의 건축양식으로 1817년까지 티라나를 다스린 카플란 파샤의 무덤이 있다. 그 뒤로는 가장 현대적인 건축물로 보이는 플라자 호텔이 세워져 있다. 호텔 높은 층에서는 티라나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다른 도시의 뷰포인트보다 더 멋진 장소이다. 도시 전경을 동서남북 사방으로 안내해준다. 위에서 내려다본 시내는 광장을 중심으로 길이 쭉 뻗어 있고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도시 너머 푸른 산이 안정감을 주지만 시내 중심부는 여느 도시처럼 광장을 제외하고는 건물들이 밀집돼 있다. 한눈에 도시를 조망하고는 호텔에서 내려와 젊은이가 많아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시내로 다시 걸어 들어간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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