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조(서울대 언론정보학 석사)씨와 박승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등은 2016년 6월 한국언론학보에 발표한 논문 ‘외국인 범죄에 대한 언론 보도가 외국인 우범자 인식의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주외국인의 범죄자 비율이 내국인에 비해 낮음에도 내국인들의 이주외국인에 대한 우범자 인식이 형성, 확산하는 이유에 대해 국내 언론 보도가 주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논문에 따르면 2008년부터 5년간 국내 발생 범죄의 내·외국인 범죄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전체 범죄에서 외국인 범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년간 평균 1.65%로 내국인 범죄자 비율(평균 3.8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실제 범죄자 수에 비교해 외국인 범죄자에 대한 범죄 기사 건수는 내국인 범죄자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국내 살인사건 피의자 13명 중 1명이 외국인인 데 반해 살인사건 기사의 경우 6개 중 1개가 외국인이 저지른 사건에 대한 기사였고, 국내 강간·강제추행 피의자의 56명 중 1명이 외국인이지만 강간·강제추행 기사의 경우 16개 중 1개가 외국인이 저지른 사건에 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주외국인 중에서도 범죄자의 국적이 중국인과 미국인(주한미군)인 경우 다른 국적을 가진 범죄자와 비교해 범죄 기사 건수가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전체 범죄자 중 중국인은 200명 중 1명에 불과하지만 범죄 기사에서 중국인 범죄자 기사는 20개 중 1개를 차지했고, 전체 범죄자 중 미국인은 1000명 중 1명인 반면, 범죄 기사에서 미국인 범죄자 기사는 50개 중 1개였다.
박씨 등은 논문에서 “이주외국인의 범죄자 비율이 내국인에 비해 낮음에도 내국인들의 이주외국인에 대한 우범자 인식이 형성, 확산되고 있다”며 “이주외국인의 범죄에 대한 국내 언론 보도가 이주외국인에 대한 우범자 인식을 형성하고 강화하는 데 주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 언론이 범죄자가 ‘외국인’인 사건에 더욱 주목하는 현상은 언론학의 관점에서 보면 ‘뉴스 가치’라는 속성에 기인한 현상이다. 즉 발생하는 모든 범죄 사건이 뉴스가 되는 것이 아니며 기사화되는 범죄 사건은 ‘일반적’인 사건보다는 ‘특수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박씨 등은 논문에서 “보다 특수한 상황에 주목하는 인간과 뉴스의 속성 때문에 범죄자가 외국인인 사건은 내국인인 사건보다 더욱 특수한 상황으로써 상대적으로 큰 뉴스 가치를 지닌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중국인과 주한미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태도가 미디어의 뉴스 선택에 작용하는 또 하나의 배경일 수 있다는 추론도 나왔다. 한국인은 이주외국인 중에서도 다른 국적의 외국인보다 중국인과 동남아시아인에 대해 상대적으로 큰 사회적 거리감과 부정적 태도를 갖고 있다는 일련의 연구 결과가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박씨 등은 논문에서 “한국 언론 보도 경향이 이주외국인에 대한 내국인의 편견을 형성하고 배타적 태도를 강화해 이주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를 불러일으키는 주요 동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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