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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표트르 대제 ‘수염세’ 처럼, 정부 ‘9·13대책’도 역할 기대

입력 : 2018-11-11 19:15:07 수정 : 2018-11-11 19: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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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배우는 투자이야기 ‘제도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사회제도로 변혁이 촉발된 역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공감이 되는 말이다. 그러한 역사 속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17세기 말 표트르 대제는 조국 러시아의 부흥을 꿈꿨다. 그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16개월 동안 유럽의 강국들을 돌아다니며 배우기 시작했다. 황제의 신분을 속이고 런던의 조선소에 들어가 요즘 말로 OJT(현장훈련)를 받았다. 선박설계, 선박건조법, 부두를 만드는 방법까지 섭렵했다. 그리고 관심 높은 분야였던 포병술과 대포 제조법까지 마스터한 그는 포병하사관으로 오스만튀르크 전쟁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렇게 온몸으로 부딪히며 현장경험을 쌓아 온 표트르 대제가 원했던 것은 바로 러시아의 서구화였다. 항상 얼어 있어서 배조차 띄울 수 없는 북극해 연안을 대체하는 부동항을 확보하고, 해군력을 키워 유럽을 압도하는 강국으로 성장시키길 원했다.
임상빈 IBK기업은행 동부이촌동WM센터 PB팀장

표트르 대제의 꿈은 조선업을 키워 강성해진 해군력을 발판으로 실현되어 갔다. 1695년 오스만튀르크와의 전쟁으로 흑해 연안의 부동항 아조프를, 1700년 스웨덴과의 전쟁으로 발트해 연안의 얼지 않는 바다와 영토를 얻어냈다. 당시 그곳 네바강 인근의 삼각지에 건설한 새로운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세계 진출을 위한 상징적 의미를 담았던 도시였다.

표트르 대제가 서구화를 추진하는 과정에는 걸림돌도 있었다. 바로 내부 기득권 귀족층들의 반발이었는데, 그들은 보수적인 태도로 서구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그들을 다스리기 위해 표트르 대제가 활용한 방법은 세금제도였다. 몽골의 지배 영향으로 몽골풍의 생활습관을 갖고 있던 귀족들은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 하여 허리에 이르는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표트르 대제는 그런 수염에 고율의 세금을 매겨버린 것이었다. 이른바 ‘수염세’였다. 귀족들은 반발했으나 결국은 서구화를 받아들이게 됐다. 그 와중에 국가 재정수입은 증가했고, 이 세금을 재원으로 강력한 해군을 양성한 것이 강대국 도약의 바탕이 됐다. 그래서 혹자는 수염세를 ‘러시아를 서구화로 이끈 세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난 9월 13일 정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주택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규제지역 내 고가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고,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강화해 부동산을 많이 보유할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하는 강력한 세제가 실행되었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사회적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사업을 영위하는 데 발생하는 부동산 관련 높은 고정비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상품·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전가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사회의 잉여자본들이 부동산이 아닌 창의성 높은 기업의 산업자본으로 활용되게 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적인 부분으로 흘러들어 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제껏 부동산시장만을 노려보고 있었던 돈들이 9·13대책으로 다시금 주식·채권시장으로 유입되어 양질의 산업자본으로 역할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렇게 된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긍정적 투자수익을 기대케 해주는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 9·13 대책이 러시아 표트르 대제의 서구화 전략과도 같이 우리나라를 경제 강국으로 이끌었다는 제도로 평가되길 기대해 본다.

임상빈 IBK기업은행 동부이촌동WM센터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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