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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혐오로 이어질라”… 반성 없는 군중심리 ‘빨간불’

입력 : 2018-11-05 07:00:00 수정 : 2018-11-05 08: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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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파시즘-시민도 공모자②] 선동하는 ‘헤이트 스피치’ ‘맘카페’의 도 넘은 ‘악플(악성 댓글)’에 지난달 13일 보육교사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원생의 이모인 B씨가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풍날 조카가 교사 A씨에게 안기려 하자 교사는 돗자리 흙 털기에만 신경 쓰고 조카를 방치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린 게 시작이었다. B씨는 “자신이 직접 본 것은 아니고 들었다”고 했지만, 온라인상에서 A씨의 신상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고 악플이 줄을 이었다.

동료 교사 C씨가 지난달 15일 “아동학대로 오해받던 교사가 자살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국민청원에 따르면, A씨는 사실상 아동학대를 하지 않았고 오해도 풀었으나 지나친 마녀사냥과 ‘신상털기’로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고 한다. 일부 커뮤니티의 신상털기는 또다른 혐오라는 지적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너도나도 가릴 것 없이 혐오 표현

비하-혐오 표현이 만연한 세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9월 26일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온라인상에서 차별·비하 정보로 시정요구를 받은 건수는 6130건으로 집계됐다. 증가 추세도 가파르다. 시정요구 건수는 2014년 705건, 2015년 891건이었지만 2016년에는 2455건으로 급증했다

그럼에도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에 대한 국내 제재는 약한 편이다. 헤이트 스피치는 특정 인종, 국적, 종교, 성별 등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증오를 선동하는 발언을 말한다. 때론 폭동, 살인 등의 범죄까지 불러올 정도로 그 파급력이 막대하다.

실제 지난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는 일부 유명 정치언론인과 종교인이 언론 등을 통해 소수민족인 투치족을 대상으로 한 헤이트 스피치를 반복하자 대학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제 사회는 헤이트 스피치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유엔이 지난 1994년 르완다 학살사건 범죄자 처리를 위해 창설한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는 헤이트 스피치를 대량학살(Genocide)의 선동행위이자 그 자체가 범죄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도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혐오로 가는 ‘군중심리’

이번 ‘맘카페 보육교사 사건’을 비롯한 마녀사냥식 혐오를 군중심리로 설명하는 분석이 있다. 군중심리란 타당한지 아닌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현상이다. 정보에 제한이 있을 때 더 잘 나타난다. 시민 스스로가 군중심리에 사로 잡혀 혐오 유발자 또는 방조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중심리의 대표적 사례는 ‘밴드웨건 효과(Band wagon effect)’다. 정치권에서는 이 밴드웨건 효과를 이용해 선거 전 “많은 사람이 D후보를 뽑으려 한다”라는 정보를 온라인상에 의도적으로 뿌리기도 한다. 기업들이 “당신만 이 제품이 없다”는 식으로 광고하는 것도 밴드웨건 효과를 이용한 사례다.

온라인상에선 군중심리 효과가 극대화된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상에서 소위 ‘카더라’ 글을 믿고 집단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군중심리에 휘둘리면 현상의 본질은 보지 못한 채 무비판적으로 여론을 수렴하게 된다.

◆전문가 “군중심리 안돼...중심 잡아야”

곽금주 서울대(심리학) 교수는 4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맘카페 보육교사 사건’은 대표적인 군중심리 사례”라며 “온라인상에서의 군중심리는 오프라인 군중심리보다 훨씬 영향력이 크다. 온라인상에서 마녀사냥 당한 개인은 불특정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 오프라인에서도 굉장한 피해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민 한 사람은 ‘말 한마디 쓴 것 가지고 뭐가 어떠냐’고 할 수 있지만 그 작은 힘들이 모여 상대방에겐 어마어마한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스스로 다른 사람이 말한 것에 대해 한 번 정도 의심할 필요가 있고 신중해져야 한다. 불확실한 정보에 대해 동조하지 않는 자기 중심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에는 개개인이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며 “헤이트 스피치는 전체 사회에 불신을 퍼트려 가해자도 곧 피해자로 만든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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