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업에 성공한 최모(26·여)씨는 지난했던 취업 준비 기간을 ‘자기소개서와의 사투였다’고 떠올렸다. 기업마다 물어보는 것은 모두 제각각, 원고지 20매 넘는 분량을 요구하는 곳도 꽤 있었다. 채용시즌에 보통 40∼60곳 정도 원서를 넣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써둔 자소서를 ‘복붙’(복사+붙여넣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떨 때는 인터넷에 떠도는 합격 자소서를 슬쩍 ‘참고’하기도 했다. 마음 한 구석이 찔리긴 했지만 일단 붙는 게 먼저였기 때문이다.
최씨는 “정말 가고 싶은 기업은 남이 쓴 자소서들을 모아서 시험문제 풀듯 분석하고 짜깁기했다”며 “20만∼30만원에 달하는 자소서 컨설팅을 받지 못하는 입장에선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털어놨다.
‘적(敵)의 적은 동지’라서일까. 최근 취준생들이 각자 서류를 통과한 자소서를 일종의 ‘품앗이’ 개념으로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역대급 취업난을 겪는 취준생들이 지혜를 모은 것이란 시선이 있는 반면, 그만큼 자소서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자소서를 공유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회원 등급 상승이나 이벤트 참여이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예컨대 ‘면접 컨설팅’을 조건으로 내건 한 커뮤니티를 보면 실제 ‘컨설팅 요청’을 기재한 게시글은 20건에 1건 꼴로 드물다. 합격 자소서를 올려본 경험이 있는 대학생 김모(26)씨는 “(자소서를 올리고) 바닥을 친 자존감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약간의 우쭐감을 느꼈던 것 같다”며 “최종합격을 기원하며 덕(德)을 쌓는 듯한 느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공유된 자소서는 ‘자소설’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쉽사리 답하기 어려운 문항들은 특히 더 그렇다. 올초 한 취업포털이 구직자 4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복수응답)에서 구직자들은 ‘지원동기’(45.2%),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33.1%), ‘성격의 장단점’(28.7%), ‘입사 후 포부’(26.1%) 등 문항에서 자소설을 썼다.
이런 상황은 기업들도 이미 잘 알고 있다. 무턱대고 베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얘기다. ‘합격 자소서 믿지마라’란 책을 쓴 김태성 전 CJ그룹 신입공채 총괄팀장은 “채용 때 시중에 떠도는 ‘합격 자소서’들을 모아 출력해 심사관들에게 나눠준다”며 “비슷한 구조나 내용이 있으면 떨어뜨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경험을 투박하더라도 솔직하게 쓰는 것이 먹혀들 확률이 훨씬 높다”고 덧붙였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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