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갑질·호화출장으로 비벼진 '한식의 세계화'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킬러콘텐츠

입력 : 2018-10-25 15:02:58 수정 : 2018-10-25 20:49:0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식진흥원, 3년 만에 첫 종합감사 / 한끼 60만원 미슐랭 식당 식사비 업체에 떠넘겨 / 영수증 없이 1억 4000만원 사업비 지출 승인도
한식진흥원 직원들이 해외 출장에서 한 끼에 수십만원의 식비를 지출하고 이를 용역업체에 떠넘기거나 사업비로 지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공기관으로 전환된 지 3년 만에 받은 첫 종합감사에서 출장비 수백만 원을 부적정하게 지급하거나 외부용역업체와 불투명한 계약·지출 관리 관행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의 ‘한식진흥원 종합감사결과 공개문’에 따르면 56건의 처분요구와 1830만원의 회수 조처가 한식진흥원에 내려졌다. 징계 5명, 경고 3명, 주의 18명 등의 인사처분과 시정 11건, 권고 5건, 개선 4건, 통보 21건, 부서경고 1건, 부서 주의 1건 내용이 감사 보고서에 담겼다.

한식진흥원은 2010년 출범한 비영리 재단법인인 한식재단이 2015년 기타공공기관으로 편입되면서 이름을 바꾼 기관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4월 언론 보도로 한식진흥원의 용역업체에 대한 갑질과 방만한 출장비 지출, 내부 직원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사항이 드러나자 종합감사에 나섰다.

A 전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출장 시 직원 2명과 2차례에 걸쳐 식사비 196만4000원을 지출했으며 비용을 용역업체에서 부담하라고 강요해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중 1건은 식사비용만 178만7000원으로 미슐랭가이드 별 2개를 받은 식당에서 1인당 59만5000원짜리 최고급 식사를 즐긴 것으로 확인됐다. 한 언론사 기자는 한식진흥원으로부터 1인당 25만원이 넘는 식사를 제공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 

2016년 한식홍보사업으로 담당 직원들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는 계약업체와 식사한 뒤 100만원이 넘는 4명의 식사비용을 사업비로 집행했다. 식사비용은 수령한 여비로만 사용해야 하지만 이들은 사업비로 집행해 여비 규정을 어겼다. 해당 부서는 출장 비용을 제대로 정산하지 않아 목적 외 사용한 사업비도 적발하지 못했다. 해외 한식 현장 홍보사업 중 1억4043만원 상당의 일부 사업들은 지출 증빙자료도 없이 지출을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국내외 여비 집행 실태를 확인한 결과 996만원이 부적정하게 지급됐다.

한식진흥원이 추진하던 사업 전반에 대한 징계·시정요구, 주의·통보도 잇따랐다. 2015년부터 추진한 ‘해외 한식산업 조사’ 사업은 일정이 수차례 지연됐을 뿐만 아니라 부실한 결과물과 부적정한 정산내용 등 전체적으로 운영·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글로벌 외식·한식 정보시스템 활성화 사업’은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전문인력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사업자로 선정돼 심의평가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이밖에 ‘무슬림을 위한 한식 레시피 개발·보급 용역’, ’해외 한식당 종사자 교육 사업비 승인 검토’ 등 한식진흥원의 사업 곳곳에서 규정 미준수와 부적절한 사업비 집행이 적발됐다.

50명도 되지 않는 작은 조직에서 3년 넘게 추진해온 사업에서 무더기로 적발 사항이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식진흥원 전직 직원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를 거쳐오면서 정권의 실세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매번 이사장으로 내려와 한식의 세계화라는 명분 아래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했다”며 “비영리 재단법인에서 공공기관으로 전환됐어도 과거의 관행을 바꾸지 못하다가 뒤늦게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식진흥원 관계자는 “지적받은 감사 내용을 바탕으로 시정조치를 마련 중이다. 미흡했던 부분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