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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학교에서 성의 다양성을 교육한다. 사진= 게티이미지. |
반면 종교계 등에서는 성의 근본과 순수성을 강조하며 반대 입장을 드러내 세계 곳곳에서 갈등이 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헝가리와 미국에서는 법으로 성의 다양성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트럼프, 성 규정 강화 검토 “생물학적 성 바꿀 수 없어”
미국 행정부는 성별과 관련한 법적 기준을 ‘생물학적성’으로 한정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즉 ‘결정된 성별은 바꿀 수 없다’는 견해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이 같은 법안을 검토하며 성별에 관한 규정을 엄격히 할 뜻을 내비쳤다.
미국은 지난 오바마 정부 시절 성별에 대한 법적 개념을 확대해 ‘성별은 출생 시 부여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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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
이러한 인식은 교육과 의료 부분 등으로 확산해 대중의 지지와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이해로 그들의 권리가 인정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은 기존 사회적 통념과 마찰을 빚어 화장실 이용과 기숙사 문제 등 수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종교계는 우려와 반발이 거셌다. 기독교 복음주의 등 미국 사회의 보수주의자들은 성전환을 ‘교리에 어긋나는 일탈 행위’로 규정하며, 이로 인한 사회의 혼란이 심화한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에 사회의 노력과 인식 변화에 역행하고 ‘성전환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NYT는 사설을 통해 ‘성전환자에 대한 연방민권법의 인정과 보호를 후퇴시키는 급진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랜스젠더 인권 옹호 단체인 ‘트랜스젠더 평등을 위한 내셔널 센터’의 하퍼 진 토빈 정책국장은 “수많은 연방법원 판결과 모순되는 극도로 공격적인 법률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군 내 성전환자에 대해 복무를 제한하는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유럽, 학교서 ‘포괄적인 성교육’ 진행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학교에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성의 다양성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1999년 세계성과학회가 ‘성의 권리 선언’을 발표한 후 관련 기관의 국제문서와 선언에는 인간의 성을 ‘성의 권리’와 ‘성의 건강’이라는 관점으로 ‘포괄적인 성교육’을 진행했다. ‘포괄적인 성교육(이하 성교육)’이란 젠더평등이나 성의 다양성을 포함한 인권 존중을 기반으로 한 교육을 말한다.
그 후 2009년에는 유네스코 ‘국제섹슈얼리티교육 가이드’가 발표됐고 2010년에는 ‘유럽 성교육 스탠더드(표준)’가 정해져 어린이, 청소년 눈 높이에 맞춘 성교육이 시행됐다.
이 가이드는 올해 1월에 개정되면서 ‘포괄적 성교육’의 틀을 지금까지의 6개 영역에서 8개 영역으로 확대했다. 내용은 △관계성 △가치, 권리, 문화, 섹슈얼리티 △젠더 이해 △폭력과 안전 보호 △건강과 행복을 위한 방법 △인간의 몸과 발달 △섹슈얼리티와 성행동 △성과 생식 건강이다.
핀란드는 ‘인간 생물학’ 과목에서 인간의 생식기능이나 유전학을 가르치는 것 외에도 고등학교에 ‘건강교육’ 과목을 통해 성의 권리나 성의 다양성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나아가 성소수자의 권리나 ‘파트너십 법’에 근거한 동성 커플에 대해서도 가르친다.
프랑스도 고등학교 과학에서 태아의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의 역할과 성 분화 질환에 관해 설명하며, ‘인터섹스(intersex, 성기나 염색체, 호르몬 등 여성·남성으로 구분되는 신체와는 다른 특질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나 유전자 변형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교육한다.
네덜란드 역시 생물 등의 교과에를 통해 성교육을 진행하며, 외모 중시의 문제와 포르노그래피를 둘러싼 갈등에 관해서도 교육한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도 종교계, 성의 순수성을 지키고 강조하는 이들은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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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사진= CNN 캡쳐. |
헝가리 정부는 20일(현지시간) 자국 대학에서 진행 중인 ‘성의 다양성’과 관련 연구 프로그램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헝가리 총리부 대변인은 “인간은 남성 또는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생물학적 성이 아닌 사회적·인위적으로 창출된 성을 근본적으로 동일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헝가리 정부의 강경 입장은 자국 대학에서 진행하는 연구 프로그램의 의문과 종교 단체의 반발 그리고 총리의 민족주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학 측은 해당 연구를 진행하며 강의를 신설하여 참가자들에게 성의 다양성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부다페스트 중부유럽대학에는 해당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지만 헝가리 정부의 정책 발표로 이달 12일 두 개 대학의 연구 허가가 취소되고 지원금 회수 조처가 내려졌다. 다만 총리부는 금년도 학위 취득자의 수료까지 시간적 유예를 뒀다.
발표 후 대학과 관련 학부에서는 즉각 반대 입장을 내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대학 프로그램 관계자는 “정책은 시대 흐름을 역행하고 성의 다양성과 성소수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일본 1990년대부터 성 다양성 교육
일본에서는 지난 1990년대 선진적인 성교육이 이뤄졌다. 2002년 보수 진영에 의한 ‘성교육 배싱(비난)’이 한때 일었지만, 보호자의 대다수가 성에 관한 지식이나 성행동에 대한 대처 등 다양한 주제를 학교에서 교육하길 바랐다. 그 후 성의 다양성 교육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는 동성 커플을 정식 부부로 인정하는 등 아시아권에서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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