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미 연합공중훈련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이 열린 지난해 12월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F-16 전투기들이 출격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미측이 비질런트 에이스 유예를 발표한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 기조를 이어가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로 해석된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7일 방북, 북한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등에 합의했다. 이후 북·미 고위급 대화와 2차 북·미 정상회담 등이 거론되는 등 국면은 훈련시기 조정 내지 연기에 무게가 실렸다. F-22와 F-35A 등 한·미 공군의 전투기 200여대가 참가하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농후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5월 연합공중훈련 ‘맥스 선더’(Max Thunder)가 실시되자 이에 반발, 남북 고위급회담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지난해 진행된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
국방부 관계자는 “회담에서 매티스 장관이 비질런트 에이스 유예를 제의하자 정 장관이 군사 대비태세 유지를 위한 대안의 필요성을 밝혀 추가 협의를 하기로 한 상황에서 미 국방부가 훈련 유예를 먼저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비질런트 에이스에 대해 문제 삼기 전 ‘비핵화 촉진을 위한 한·미 연합훈련 중단’ 기조를 조기에 재확인, 협상 틀을 유지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이라는 해석과 함께 정작 우리 군은 한·미 간 공조에서 틈을 보인 것 아니냐는 평가다.
훈련 유예를 놓고 일각에선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중단된 상황에서 연합작전능력 저하 등 한·미동맹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군 당국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도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미군 측과 함께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비질런트 에이스 유예와 관련해 “한·미 간 지휘통제시스템이나 데이터링크 등을 활용해 미군 전투기를 한반도에 전개하지 않고도 유사한 훈련 효과를 거둘 수 있는 3~4가지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이달 말쯤 세부안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실시될 대대급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MEP)과 태극훈련을 비롯한 한국군 차원의 독자훈련은 예정대로 실시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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