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라진 아이들의 웃음소리…"'놀 권리' 정책적으로 강조해야"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8-10-18 13:42:13 수정 : 2018-10-18 13:42:1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아이들의 놀이는 권리입니다.”

아이들의 놀이는 단순히 아동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아이들의 발달에 꼭 필요한 필수 요소다. 전문가들은 “잘 노는 아동은 타인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법을 자연스레 배우게 되고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으로 자란다”고 말한다.

1970∼80년대생까지만 해도 동네 골목에서, 뒷동산에서, 길가에서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신나게 뛰어놀았지만 오늘날의 아동은 그렇지 못하다. 놀이를 하더라도 키즈카페, 문화센터 등 실내에서 할 때가 많고 스마트폰과 PC 등 전자 기기에 의존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유아 ‘교육’을 강조할 정도로 학습을 중요시하는 분위기와 세상이 험악해진 데 비해 안전한 외부 놀이 공간이 부족한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정책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육아정책연구소의 ‘아동의 놀 권리 강화를 위한 지역사회 환경 조성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팀이 유아와 초등 저학년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어머니 7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아동의 하루 평균 놀이 시간은 주중 229분, 주말 418분이었다. 주중의 경우 매일 4시간 가량 놀이를 하며 보내는데 이 중 실내 놀이가 4분의 3(160분)을 차지했다.

특히 맞벌이 가정 아동의 주중 놀이 시간(214분)이 외벌이 가정(251분)에서보다 적었다. 어머니가 전일제로 근무할 경우 자녀의 놀이시간은 211분으로 시간제 230분, 미취업 253분 때보다 짧았다. 연구팀은 “어머니가 아동들의 놀이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놀이 대상이기 때문에 어머니의 근로 조건이 자녀의 놀이 시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의 놀 권리를 위해서라도 일터의 일가정양립 문화가 확산돼야 함을 보여준다.

어머니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실외 놀이 시간은 주중 106분, 주말 201분이었으나 실제 실외 놀이 시간은 주중 69분, 주말 157분으로 더 짧았다. 그만큼 실내 놀이 의존도가 높았다. 부모가 바깥에서 아이를 놀게 하려 해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동의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 시간은 약 176분이었다. 유아가 167분, 초등 저학년이 186분으로 미취학 아동조차도 매일 3시간 가량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었다. TV가 101분으로 가장 길었고 스마트폰·타블렛 54분, 컴퓨터 20분 등이었다. 미디어 이용과 관련해 맞벌이, 외벌이의 차이는 아주 미미했으나 어머니의 학력에 따른 차이는 컸다. 어머니 학력이 고졸 이하인 경우 자녀의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시간은 약 230분으로 가장 길었고 대졸은 173분, 대학원 이상 146분이었다.

아이들의 놀이 시간은 취학 이후 점점 줄었다. 초등 입학 후 55.9%가 놀이 시간이 감소했고, 늘어난 경우는 19.7%에 그쳤다. 놀이 시간이 줄어든 이유로는 ‘사교육 이용 시간 증가’(57.3%), ‘학교 학습 시간 증가’(28.1%), ‘놀이할 또래 친구 부족’(5.0%), ‘놀아줄 어른 부재’(2.0%), ‘놀이 비용 부담 증가’(2.0%), ‘이용 가능한 놀이 시설 및 공간 부족’(1.5%) 등이 꼽혔다.

주요 놀이 장소로는 ‘집’(72.7%)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놀이터·공원은 18.0%, 학교 3.4%, 유료 놀이시설(키즈 카페 등) 3.0%, 친구 집 1.8%에 불과했다.

지역사회의 실외 놀이 공간이 충분한 지에 대해서는 응답자 10명 중 6명(61.7%)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읍면지역 부모 10명 중 8명(75.8%)이 ‘부족하다’고 대답할 정도로 외곽일수록 아동의 놀이 공간이 취약했다.

연구팀은 “아동이 스스로 놀 권리를 주장하기란 쉽지 않고 부모 입장에서도 안전한 놀이 공간이 부족한 데다 돌봄 자체가 힘든 상황 때문에 자녀의 놀 권리를 지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놀 권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함께 놀이하는 대상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학생 봉사단체, 지역 사회 주민을 놀이터 도우미, 놀이터 지킴이로 양성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하고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