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은 지난 1994년부터 2년 간격으로 범죄피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대검찰청이나 경찰청의 범죄 분석 및 통계가 아무래도 ‘가해자’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연구원 조사는 철저히 ‘피해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은 ‘사각지대’에 숨겨진 범죄피해까지 집계된다는 점에서 검경의 통계와 차이가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한 해 동안 강도와 폭행, 성폭력 등 폭력범죄는 18만1115건이, 절도·사기 등 재산범죄는 147만9474건이 각각 발생했다.

공황상태나 쇼크 등의 두려움(22.7%)은 물론 불면증이나 악몽, 환청, 두통 등의 괴로움(18%)을 호소하는 이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예전과 같은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고립·단절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서 곤란을 겪게 된 경험이 14.5%, 외로움이나 갇힌 느낌의 고립감 경험이 12.5%에 달했다. 특히 폭력범죄 피해 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살펴보면 직장 동료, 이웃, 지인 등 ‘친인척을 제외한 아는 사람’인 경우가 전체 응답자의 53.6%로 절반을 넘었다. 연구보고서는 “폭력범죄가 아는 사람한테 당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란 점은 사회적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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