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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세계속으로] 같은 듯 다른 韓·中·日 공휴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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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08 21:32:10 수정 : 2019-03-26 16: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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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음력 휴일 없고 中 노동절 등 중시 / 韓, 종교 기념일·선거일 쉬는게 특색

한국 10월의 시작은 개천절에 한글날까지 ‘노는 날’이 많다. 게다가 올해는 추석 연휴까지 9월 말에 잡혀 직장인에게는 신나는 가을이다. 물론 월급을 주는 고용주나 사업이 급한 입장에서는 불만일 테지만 말이다. 보통 사람은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새해의 달력이 나오면 빨간 날을 세어보면서 여행도 계획하고 알찬 휴가 일정을 세운다.

 

법정 공휴일에는 민족과 국가의 대사를 기념하는 엄숙한 의미가 다양하게 담겨 있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쉬는 날’의 의미가 훨씬 강하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두 시간만 가면 도달하는 이웃 나라 일본이나 중국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다. 여행객의 교류가 빈번한 이 동북아 세 나라의 공휴일을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일본은 동아시아의 전통을 반영하는 음력을 따르는 공휴일이 하나도 없다. 한국이나 중국은 모두 양력의 새해와 음력의 설날 또는 춘절(春節)에 놀지만 일본은 양력 1월 1일만 휴일이다. 가을 대보름의 추석과 중추절(仲秋節)도 한·중에서만 공휴일이다.

 

이처럼 일본은 가장 근본부터 서구식 근대화를 진행한 셈이다. 일본의 전통성은 국왕과 관련된 공휴일에서 찾을 수 있다. ‘천황탄생일’이나 쇼와의 날(히로히토의 생일)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또 다른 특징은 춘분과 추분도 공휴일이며, 성인·어린이·녹색·바다·산·경로·체육·문화·노동 등 다양한 주제의 날을 골라 공휴일로 정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특징은 공산주의 전통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점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설립 이래 중국의 가장 중요한 공휴일은 5월 1일 노동절과 10월 1일 국경절이다. 공산당의 기반인 노동계급을 경축하고 인민공화국의 설립을 축하하는 봄과 가을의 양대 축제다. 이때 중국인은 기본으로 3일을 쉬고 앞뒤 주말을 연결해 1주일 정도 휴가를 즐겼다.

 

공산혁명을 이룬 중국도 차마 춘절을 없애지는 못했고 국경절 및 노동절과 함께 춘절은 3대 공휴 주간을 이루었다. 중국은 2008년에 공휴일에 큰 변화를 도입했다. 청명절(한식에 해당), 단오절, 중추절이라는 전통 축제를 공휴일로 지정했던 것이다. 반면 노동절 연휴는 하루 쉬는 것으로 축소됐다. 이런 변화는 경제발전에 성공한 뒤 공산주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면서 중국이 민족주의적 뿌리 찾기에 돌입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 공휴일의 특징은 혼합과 균형이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설날과 추석이라는 전통 축제를 공휴일로 유지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전통 쪽으로 기울어 버린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 한식, 단오는 공휴일이 아니다. 한국은 세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종교적 공휴일을 가진 나라다. 성탄절과 부처님 오신 날은 한국에만 있는 법정 공휴일이다. 한국은 근대와 전통의 균형 못지않게 기독교와 불교도 밸런스를 맞춘 셈이다.

 

한국의 또 다른 특징은 각종 선거일을 공휴일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대선,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의 날, 국민의 신성한 의무와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일을 중단한다는 의미다. 중국이나 일본엔 생소한 제도다. 결국 한국 공휴일의 특징은 전통과 근대 균형, 종교 반영, 그리고 민주주의에 있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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