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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법] 판결문 속 영화 ‘암수살인’ 살인범의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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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07 10:22:45 수정 : 2018-10-07 10: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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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 기소 2건 중 한 건만 ‘유죄’ / 올 7월 무기수 복역 중 자살
암수 살인(hidden murder)은 검경에 포착되지 않은 살인 범죄다. 경찰청 범죄통계와 대검찰청 범죄분석에서 쓰이는 범죄 발생이란 용어는 사법 기관에 인지된 범죄 사건의 발생만을 뜻한다.

박스 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극 중 살인범 강태오(주지훈)의 실존 인물은 이모(사망 당시 53세)씨.

7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씨는 2016년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던 지난 7월14일 부산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없었다.

이씨의 살인죄 관련 2건의 판결문을 통해 그의 행적을 짚어본다.

이씨는 2010년 부산에서 한 주점 여종업원 A(사망 당시 62세)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A씨가 욕설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살인을 저지르고 사체를 야산에 은닉했다.

이씨가 부산경찰청 소속 김모 경위에게 “총 7명을 죽였다”고 털어놓으면서 부산 미제 살인 사건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010년 그가 지목한 장소에서 현장 검증을 벌인 결과, 실종 사건으로 7년 넘게 미제로 남아있던 B(사망 당시 34세)씨 유골이 발견됐다. 이씨와 동거하다 이씨의 폭행에 못 견뎌 도망친 B씨는 2003년 이씨를 만나러 나갔다가 연락이 두절됐다.

이씨는 자신의 집에서 B씨를 살해하고 사체를 토막 내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A씨 사체가 발견된 장소와 가까운 곳이었고, 범행 방법도 유사했다.

“기소 못 한다고요. 시간이 지나서.”

영화 속에서 강태오는 김 경위 역인 김형민(김윤석) 형사에게 작은 목소리로 이같이 속삭인다.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이씨는 결국 B씨와 또 다른 피해자 C(사망 당시 38세)씨를 살해한 혐의로 2012년 추가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장에 적시된 C씨에 대한 범죄 사실은 2007년 길을 지나다 어깨를 부딪쳤다는 이유로 살해했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돌연 진술을 바꿨다. 도박으로 진 빚을 탕감받는 대가로 B씨 사체를 유기했을 뿐 살해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2심도 B씨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C씨에 대한 살인 혐의는 무죄로 인정됐다. 이씨가 김 경위에게 범행을 자백한 진술의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이씨가 자백했다는 김 경위의 법정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다’는 게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피고인이 아닌 사람의 법정 진술이 피고인 진술을 내용으로 할 때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돼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 즉, 당시 피고인 진술이 법관 면전에서 이뤄진 것과 동일시할 수 있는 정도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또 검사 이외의 수사 기관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다.

이씨가 자백 대가를 요구해 김 경위가 이씨를 위해 영치금과 영치 물품을 반복적으로 넣어주고, 김 경위가 이씨에게 부산 일대의 미제 살인 사건에 대한 자료를 준 게 결정타로 작용했다.

1·2심은 “B씨 실종에 대한 수사 기관 조사에서는 ‘전혀 모른다’고 했다가, 갑자기 경찰관에게 범행을 자백해 수사가 개시되게 한 뒤 자백을 번복하면서 수사 기관을 농락했고, 반성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면서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이 옳다고 봤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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