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부르는 ‘정상 주’…한두 잔쯤이야” / 등산길 따라 술 냄새가 진동…곳곳에 버리진 술병 ‘눈살’ / 점심때면 정상은 이미 술판 / 막걸리 페트병과 맥주캔은 바위 뒤에 풀숲에 버려져 / 도봉산 입구 노점에서는 주류를 손쉽게 구매 할수 있어 / 술을 음료수 병이나 페트병에 담아오면 단속도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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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도봉산 정상 부근에서 등산객들이 막걸리와 맥주를 마시고 있다. |
“산에서 마시는 술은 그렇게 좋은가요? 산에서 술을 마시는 분들 보면 정말 이해가 안 가요. 주변을 생각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단풍시즌이 돌아왔다. 전국 명산은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어 가며 등산객들을 부르고 있다. 가벼운 옷차림의 등산객들이 몰리며 단풍시즌이 왔음을 실감케 한다. 선선한 바람과 청명하고 경쾌하게 흐르는 계곡 물 소리. 등산로 곳곳에 울긋불긋 단풍은 산을 찾은 등산객의 마음을 맑게 한다.
개천절인 지난 3일 도봉산을 찾았다. 도봉산 입구부터 술판이 벌어졌다. 등산로 주점에서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 마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등산객은 술 냄새를 풍기며 오전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일부 등산객은 바닥에 누워 있기도 했다. 갓길에 자리 잡은 노점에서는 누구나 쉽게 막걸리를 구매할 수 있도록 쌓아두었다. 일부 등산객들은 노점에서 소주와 막걸리를 구매해 가방에 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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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등산로에 설치된 국립공원 내 음주행위 금지 현수막. |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은 주변에는 막걸리병과 각종 쓰레기가 간간히 눈에 띄었다. 대체로 깨끗했지만, 쓰레기를 쌓아두거나 구석진 곳에 술병을 버리는 모습 또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배낭을 멘 한 등산객은 포켓용 술을 마시며 걷기도 했다. 걷는 모습이 한눈에 봐도 술에 취한 모습이 주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도봉산 포대정상에서 만나 한 등산객은 “등산을 전문적으로 즐기시는 분들이 술을 잘 마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분들은 포켓용 술병에 다양한 술을 담아서 휴대하고 다니며 수시로 마시는 모습도 봤다”고 덧붙였다.
일부 등산객의 몰지각한 행동이 단풍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의 기분을 망치고 어렵게 가꾼 산림마저 훼손하고 있다. 음주 산행은 해마다 반복되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나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가을철 유명산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곳곳에서 꼴불견 등산객을 쉽게 목격된다.
도봉산 등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음주 행위 금지’ 현수막이 곳곳에 설치돼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일부 등산객들의 꼴불견 행동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상도 마찬가지였다. 도봉산 포대정산 등산로 바위에는 방금 마신 흔적과 역겨운 술 냄새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술을 마신 일부 등산객들은 나무 뒤나 위험한 바위 뒤에 숨어 소변을 보는가 하면 등산길 주변에 쓰레기를 두고 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일부 등산객의 잘못된 행동이 등산객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되자 도봉산 포대정상 근처 곳곳에 등산객들이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일부 등산객들 사이로 초록색 막걸병과 캔맥주, 포켓용 소주가 놓여 있었다.
도봉산 포대정산에서 만난 한 등산객은 “가을철만 되면 등산객들이 늘어난다”며 “술을 마시는 분들이 많이는 줄어들었지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단속도 한계가 있고 등산객 스스로가 산을 아껴야한다” 고 지적했다.
일교차 큰 가을철에 음주 산행은 예상치 못한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되기 쉽다. 가을철 얇은 바람막이 겉옷 하나만 입어도 문제가 없지만, 정상에 올라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정상에 오른 후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흡수가 빨라 적은 양에도 더 쉽게 취할 수 있다. 체력이 소진상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하산하면 균형 감각을 잃어버려 돌부리에 걸린 거나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져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봉산 등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음주 행위 금지’ 현수막이 곳곳에 설치 됐다. 등산객이라면 몇 번이나 봤을 정도로 곳곳에 설치 됐다. 위험과 과태료를 알리는 현수막을 부착하고 음주 산행 근절을 위한 홍보를 하고 있지만,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등산객은 음주 산행을 강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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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등산로에 설치된 국립공원 내 음주행위 금지 현수막. |
정부는 매년 음주로 인한 산악사고가 줄지 않자 3월 13일부터 국립공원 정상부와 탐방로, 대피소 등 거점지역이 음주 행위 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거점지역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1차 과태료 5만원, 2차 이상 위반 시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7년간 발생한 국립공원 내 안전사고 1328건 중 64건(4.8%)이 술로 인해 일어났다. 음주로 인한 추락사 등 사망사고도 10건으로 전체 사망사고(90건)의 11.1%로 나타났다.
한 산악 전문가 ”기본 에티켓은 과거와 달리 많이 나아졌지만 음주 산행 문화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상에서 마시는 술은 금방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거나 거리나 방향감각 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일어나는 사고가 많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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