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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얼굴없는 기부천사’는 70대 전직 소방관

입력 : 2018-10-03 20:03:35 수정 : 2018-10-03 21: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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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소방관 퇴직한 임홍균씨 / 2009년 2억원 익명기부 시작으로 / 소방대원 자녀 후원·봉사 등 지속

최근 임홍균씨(오른쪽)가 최형식 담양군수에게 장학금 400만원 기탁증서를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담양군 제공
“꼭 1학년 학생을 선발해 2년 이상 지원해 주세요.”

수년 전부터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2억원과 1억원이 든 돈 상자를 잇달아 익명으로 기부해 각박한 세상에 감동을 선사했던, 전남 담양군의 ‘얼굴 없는 기부천사’가 칠순의 전직 소방관으로 확인됐다. 첫 기부가 이뤄진 지 9년 만이다.

주인공인 임홍균(77)씨는 30년 남짓 소방관으로 일한 뒤 20년 전 퇴직했다. 그는 궂은일을 마다치 않고 희생하는 의용 소방대원들을 위해 작은 봉사라도 하고, 어린 학생들에게 골목길의 작은 등불이 되고 싶어서 한푼 두푼 모으기 시작했다. 퇴직 후 소방 관련 자그마한 사업을 하면서 근검절약해 적금을 붓고, 고물과 재활용품을 수거하며 푼푼이 모았다.

임씨는 2009년 “골목길에 등불이 되고프다. 소방대 자녀들을 위해 써달라”는 쪽지와 함께 2억원이 담긴 토마토 상자를 담양군에 기탁했다. 담양군은 기부자의 메모에서 이름을 따 이 돈을 ‘등불 장학금’으로 부르고 수혜자를 선정해 지원했다. 2010년에도 ‘첫봄을 밝혀야 할 등불이 심지가 짧다’며 200만원이 든 상자를, 2011년에는 등불 장학금에 써달라며 1억원이 든 상자를 다시 몰래 기부했다. 2015년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며 1억100만원을 기부했을 당시에도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다음해 자녀의 연말정산 과정에서 실명이 알려졌고 “굳이 숨기지 말고 기부를 독려하는 것이 낫다”는 주변 권유로 이때부터는 이름을 드러내고 활동했다. 임씨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사는 이웃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도록 앞으로도 기부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담양=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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