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군사분야 합의서가 실제 효과를 거두려면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와 한반도 방위를 맡는 주한미군사령부의 동의 또는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상호 적대행위 금지를 위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설정된 폭 40∼80㎞의 공중 적대행위 중단 구역을 주한미군 정찰기를 포함한 항공전력에도 적용할 것인지 여부가 핵심이라는 평가다.
정전협정 서명 모형 살펴보는 관람객 평양 남북정상회담 마지막날인 2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1953년 7월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이 정전협정에 서명하는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이재문 기자 |
남북 군사적 긴장의 원인 중 하나였던 군사분계선(MDL) 일대 장사정포 후방 배치는 이번 합의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장사정포 후방 철수 문제를 우리 측이 거론하면 북한도 동일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K-9 자주포 등을 후방으로 옮기려면 대체 주둔지 확보 등 단기간 내 해결하기 힘든 재정적·절차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거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북한 장사정포 조준 방향을 180도 돌리는 등의 대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의 기준점으로 북한 초도와 우리 측 덕적도를 설정한 것은 양측 해군 전력 운용에 과도한 제한을 받지 않도록 남북 군사당국이 고심한 결과로 풀이된다. 초도는 북한 제1의 항구이자 서해함대 사령부가 위치한 것으로 알려진 남포와 인접해 있다. 덕적도는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와 2함대사령부가 있는 인천, 평택과 가깝다. 남포와 인천, 평택 앞바다가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에 포함되면 남북 해군 전력 운용이 쉽지 않다. 양측이 핵심적 군사 요소에서는 양보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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