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이어진 파격의 2박3일 / 김정은, 文대통령 밀착 동행 / 文, 능라도 경기장선 연설도 / 촬영 땐 무릎을 굽혀 키 맞춰
서해 상공에서 시작해 평양, 양강도 삼지연군, 백두산으로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의 2박3일 방북 일정은 여러모로 ‘파격’의 연속이었다. 남북 정상이 나란히 한 차에 올라 평양시내 퍼레이드를 벌이는가 하면 남측 대통령이 처음으로 평양의 대규모 군중 앞에서 대중연설을 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박3일 내내 문 대통령과 밀착 동행하며 자신의 집권 후 평양을 방문한 첫 정상급 귀빈을 극진히 예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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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을 떠나며…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두산으로 향하는 공군 2호기에 탑승하기 전 배웅객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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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전 백두산으로 떠나기 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 북측 근무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문 대통령은 20일 평양을 떠나기 전 시내 길가에 늘어선 환송 인파를 향해 허리를 90도 숙여 인사하는 등 2박3일간 수십만 평양시민과 접촉했다. 전날 기념식수 이후 학생들과 단체사진을 찍으면서 무릎을 굽혀 키 높이를 맞추는 모습 등은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어서 북한 주민들도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저녁 능라도 5·1경기장에 운집한 평양시민에게 8000만 겨레가 하나임을 강조하며 평화의 새 미래를 열어나가자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봄(4·27 판문점 회담)에 뿌린 한반도 평화의 씨앗이 가을에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추진된 이번 방북에서 남북 정상은 마치 추석 때 친지와 재회하듯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두 차례 만난 적이 있는 데다 북·미 정상회담 무산 위기를 함께 극복하며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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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방문 3일째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의 안내를 받으며 20일 화창한 날씨 속에 백두산 천지를 방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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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기념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송이버섯 2톤(2,000kg)을 미상봉 이산가족에게 추석 선물로 보낸다고 20일 밝혔다. |
김 위원장은 1일차 회담 준비시간, 2일차 기념식수와 만수대창작사 방문, 3일차 평양-삼지연공항 이동과정, 잠잘 때를 제외하면 2박3일 내내 문 대통령과 일정을 같이 소화했다. 2007년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환영식과 정상회담, 환송오찬만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회담 기간 주민들을 순안공항과 평양시내 등지에 집결시키고 양강도 주민을 대거 동원해 백두산 주변 정비작업을 하도록 했다. 북한 주민들도 이번 정상회담의 또 다른 주역이었던 셈이다. 북한군 간부 출신 인사는 “주민들도 국가적 행사에 동원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통일에 기여한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심취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 고위 탈북민은 “큰일 치르느라 평양 주민들이 고생한 만큼 과거 국가적 행사를 치른 직후처럼 이번에도 주민들에게 2∼3일 휴식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양=공동취재단, 유태영·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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