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로프킨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있다. 2013년 프로복싱 미들급의 스타였던 골로프킨은 다크호스로 꼽히던 커티스 스티븐스(미국)와 세계복싱협회(WBA) 세계 타이틀매치 9차 방어전을 치렀다. 경기를 앞두고 스티븐스는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의 길거리에서 골로프킨의 심기를 건드는 쇼맨십을 펼쳤다. 골로프킨의 별명인 ‘GGG’가 쓰인 관을 짜 장례식을 치르며 “골로프킨은 좋은 사람이었다”고 너스레를 떤 것. 물론, 링 위에서 전성기의 골로프킨에게 스티븐스는 맥을 못 췄다. 하지만 골로프킨은 단번에 KO 승을 거두는 대신 상대에게 천천히 내상을 입히며 경기를 8라운드까지 끌고 갔다. 확연한 수준차이를 바탕으로 스티븐스를 집요하게 괴롭히겠다는 심산이었다. 골로프킨은 “스티븐스는 나를 존중하지 않았다. 진흙탕 싸움에 걸맞은 대응을 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외조부(세르게이 박)가 고려인인 골로프킨은 국내 팬들에게도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그는 설욕전에 성공하면 복싱계의 전설 버나드 홉킨스(53·미국)를 넘어 미들급 역대 최다인 21차 방어 신기록을 쓴다. 골로프킨은 “몸상태가 전체적으로 정점에 다다랐다. 1차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기대해 달라. 이번 경기는 복싱이 아니라 진짜 전쟁이다”라며 혈투를 예고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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