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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111년 만의 폭염…'여름휴가=여행' 공식 깨졌다

입력 : 2018-09-02 05:00:00 수정 : 2018-08-31 21: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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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 더위도 한풀 꺾이며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초가을 기분도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폭염, 폭우 등의 영향으로 인해 올 여름휴가 풍경도 예전과 사뭇 달라진 모습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여름휴가에 반드시 여행을 가야만 한다는 인식이 옅어지고 있는 추세였는데,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폭우가 이런 경향을 더욱 짙게 만든 것 같습니다.

사실 여행이 일상화되면서 굳이 붐비는 인파와 바가지요금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여행의 진짜 목적은 휴식과 여유로운 시간인데, 여름 성수기에 떠나는 여행은 이런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다 폭염까지 겹치면서 집이나 근교에 머물며 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활동인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모습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최근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이 바로 ‘호캉스(호텔+바캉스)’입니다.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대신 도시나 근교의 호텔에 투숙하면서 휴가를 보내는 것으로,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름휴가철 여행비용을 감안했을 때 호텔 숙박비는 충분히 감당할만하다고 생각하는데다, 고급스러운 호텔 시설에서 나름 대접받으면서 온전한 휴식을 누리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이 증가한 모습입니다.

스테이케이션, 호캉스, 그리고 올해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여름휴가를 보냈는지 등 다양한 인식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봤습니다.

수도권 거주자 63.2%는 여름휴가 때 여행을 꼭 가지 않아도 좋다고 답했다.

10명 중 9명은 여름휴가를 꼭 멀리 가지 않더라도 나만의 휴식을 만끽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체 93.7%는 스테이케이션은 실속 있게 피서를 즐기는 휴가문화라고 생각했다.

10명 중 3명은 호캉스를 경험했고, 특히 여성 및 30대 경험이 많은 편이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수도권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스테이케이션’ 및 ‘호캉스’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름휴가 시 1박 이상의 여행을 떠나는 것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휴가문화로 스테이케이션이 자리잡아 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수도권 거주자의 63.2%가 여름휴가 때 여행을 꼭 가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행은 꼭 가야 한다는 인식(30.7%)보다 훨씬 우세한 결과이다. 여름휴가 때 여행을 꼭 가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은 연령이 높을수록(20대 55.6%, 30대 62%, 40대 62%, 50대 73.2%),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은 젊은 층일수록(20대 36.4%, 30대 32.8%, 40대 32.8%, 50대 20.8%) 뚜렷한 모습이었다.

◆"폭염에 여행? 집에서 쉬는 게 훨씬 낫다"

여름휴가 시 여행을 꼭 가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성수기 인파로 인해 기분 좋은 여행을 기대하기가 힘들고(54.4%·중복응답), 요즘 같은 더위에는 집에서 쉬는 것이 훨씬 낫다(49.7%)는 이유를 주로 많이 꼽았다. 복잡한 여행지를 피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어하는 바람을 엿볼 수 있다. 비(非)성수기 때 여행을 가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45.7%), 여름휴가 여행은 무더위로 인해 짜증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며(39.2%), 딱히 어디를 안가도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23.6%)는 생각도 여름휴가 때 여행을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인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

반면 여름휴가에는 여행을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재충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67.1%, 중복응답)는 점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여름휴가이기 때문에 가야만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지친 일상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여행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 다음으로 평소에는 거의 여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38.8%) 주어진 휴가 때 여행을 가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으며, 자녀 및 가족과 돈독한 시간을 마련하고 싶고(33.9%), 일상이 너무 지루하고(31.9%),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27.4%)는 생각 때문에 여름휴가에 여행을 가고 싶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여름휴가 관련 다양한 인식들을 통해서도 굳이 어디로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충분히 휴가를 잘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사회전반적으로 커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전체 10명 중 8명(81.9%)이 요즘 여름휴가나 바캉스는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다고 바라봤으며, 휴가 때 어딜 가지 않는다고 부끄러운 것은 아니라는데 거의 대부분(93.6%)이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모름지기 휴가는 바깥에서 보내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인식(28%)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여행은 삶의 원동력이라는 의견에 대부분(80.3%)이 동의했지만, 여행의 시점을 굳이 여름휴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실제 전체 응답자의 85.9%가 성수기보다는 비성수기 휴가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밝혔는데, 성별(남성 82.8%, 여성 89%)과 연령(20대 84%, 30대 88.8%, 40대 88%, 50대 82.8%)에 관계 없이 같은 생각이었다. 그만큼 번잡한 여름휴가 시즌을 피해 좀 더 여유롭게 휴가와 여행을 즐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큰 것이다.

이왕 여름휴가를 보내야 한다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56.7%)도 상당히 많았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여름휴가를 해외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20대 66%, 30대 64%, 40대 54.4%, 50대 42.4%)이 커 보였다.

◆85.9% "성수기보다는 비성수기 휴가 선호하는 편"

유례없이 더웠던 올 여름 무더위도 여름휴가 및 여행에 대한 인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여졌다. 전체 10명 중 6명(57.2%)이 요즘 같은 폭염이라면 여름에 휴가를 보내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으며, 잠깐 밖에 나가는 것도 힘든데 휴가를 위해 멀리 나갈 엄두가 안 난다는 의견이 64.1%에 달했다. 그만큼 뜨거운 무더위로 인해 여름휴가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전체 응답자의 59.8%가 요즘 같은 더위에는 여행이 낭만이 아니라 고생인 것 같다고 바라보기도 했다. 이렇게 극심한 무더위로 인해 여름휴가를 보내는 방법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실제 전체 85.7%가 요즘 폭염은 여름휴가를 즐기는 방법에도 변화를 가져온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처럼 휴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한데다, 극심한 무더위까지 지속되면서 최근 새로운 휴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스테이케이션’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스테이케이션과 관련한 전반적인 인식을 살펴본 결과, 전체 응답자의 93.7%가 홈캉스와 호캉스 등의 스테이케이션 휴가는 실속 있게 피서를 즐기는 또 하나의 휴가문화라는데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름휴가에는 꼭 어딜 가야 한다는 인식은 옅어진 반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어하는 바람은 강해진 사회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대부분 여름휴가를 꼭 멀리 가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휴식을 만끽하고 싶어하고(91.7%), 휴가의 진정한 의미는 휴양지로 떠나는 것이 아닌 편안하게 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86.4%)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욕구를 잘 충족시켜주는 것이 바로 스테이케이션인 것이다.

전체 82.7%는 요즘에는 어딜 꼭 가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휴식을 만끽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10명 중 9명(88%)이 집에서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하루도 최고의 휴식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으며, 요즘은 사람이 많은 곳보다는 조용한 곳에서의 휴가를 좀 더 선호한다는 목소리도 86.2%에 달했다.

◆호캉스 꿈꾸지만 실제 가장 많은 경험은 '홈캉스'

다양한 유형의 스테이케이션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방식은 호텔에 머물면서 휴식을 취하는 ‘호캉스’(46.8%)였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나름 대접을 받으면서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이 호캉스에 대한 호감을 갖게 만드는 것으로, 특히 여성(남성 37.4%, 여성 56.2%) 및 20~40대(20대 50.4%, 30대 50%, 40대 47.2%, 50대 39.6%)가 호캉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그 다음으로 맛집을 탐방하면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맛캉스’(21.4%)와 편안하게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홈캉스’(20.3%)도 많이 선호되었다. 그에 비해 서점이나 도서관을 피서지로 활용하는 ‘북캉스’(5.9%)와 냉방시설을 갖춘 쇼핑몰이나 백화점에서 피서를 즐기는 ‘몰캉스’(5.6%)에 대한 선호도는 적은 편이었다.

실제 경험이 가장 많은 스테이케이션 방식은 ‘홈캉스’였다. 전체 응답자의 69.1%(중복응답)가 홈캉스를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아무래도 별다른 비용과 이동의 번거로움이 없이 집에서 머무르는 활동이다 보니 경험해 본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 다음으로 몰캉스(42.3%)와 맛캉스(40.6%), 호캉스(34.1%), 북캉스(26.8%)를 해 봤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최근 가장 많이 주목받고 있는 스테이케이션인 ‘호캉스’는 수도권 거주자 3명 중 1명(34.1%)이 이용을 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여성(남성 30.4%, 여성 37.8%)과 30대(20대 32.8%, 30대 45.2%, 40대 33.2%, 50대 25.2%), 그리고 자녀가 없는 기혼자(미혼 32.3%, 무자녀 기혼자 45.2%, 유자녀 기혼자 34.1%)의 호캉스 경험이 많은 편이었다. 또한 이용경험자의 84.8%가 만족스러웠다고 응답할 만큼 호캉스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호캉스는 주로 여름철(올해 여름 30.2%, 올해 이전 여름 27.3%·중복응답)에 많이 즐긴 것으로 나타나, 여름휴가를 보내는 하나의 방법으로 호캉스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주로 해외(32.8%)보다는 국내(76.2%) 호텔을 많이 이용했으며, 아무래도 수도권 거주자인 만큼 가까운 서울(50.8%·중복응답)에서 호캉스를 즐긴 경험이 가장 많았다.

호텔을 선택할 때 가장 고려했던 요인은 숙박 비용(54.5%, 중복응답)이었으며, 수영장 시설(33.4%)과 조식 수준(28.2%), 조망(26.7%), 교통 편리성(25.2%)도 많이 고려한 요인들이었다. 호캉스는 주로 배우자(47.5%·중복응답)와 자녀(29.6%) 등 가족과 함께 많이 즐겼으나, 친구(23.2%)와 연인(21.7%)과도 많이 즐기는 편이었다.

최근 이렇게 호캉스를 즐기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진정한 휴가는 여행보다는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54.6%·중복응답)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가장 강했다. 앞서 스테이케이션과 관련한 인식에서도 살펴봤듯이 멀리 여행을 떠가지 않고, 조용하고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스테이케이션과 호캉스에 대한 욕구에 잘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북적대는 인파를 피해 여유로운 휴가를 보낼 수 있는데다가(49.9%), 하루 정도는 고품격의 특별 대우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47.4%), 손님 입장에서는 호텔이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39.7%)보니 호캉스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88.5% "앞으로 호캉스 즐기는 이들 늘어날 것"

호캉스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었다. 향후 경험해보고 싶은 스테이케이션의 유형으로 가장 많은 소비자가 호캉스(77.8%·중복응답)를 꼽은 것으로, 다른 유형의 스테이케이션(맛캉스 60.4%, 홈캉스 21.7%, 몰캉스 16.2%, 북캉스 13.4%)보다는 호캉스를 원하는 마음이 훨씬 강해 보였다. 호캉스에 대한 높은 의향은 모든 연령대(20대 79.2%, 30대 75.6%, 40대 78.8%, 50대 77.6%)에서 공통적이었다.

호캉스를 위해 호텔을 선택할 때 고려할 것 같은 요인으로는 숙박비용(63.2%·중복응답)을 단연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으로 조망(29.3%)와 수영장 시설(26.3%), 스파·마사지 서비스(25.1%), 조식 수준(24.9%)에 대한 고려도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향후 호캉스가 하나의 휴가문화로 자리잡을 것 같다는 전망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 앞으로 호캉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질 것 같고(88.5%), 앞으로 특급호텔에서 1박 2일 정도의 가벼운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86.2%)고 바라봤다.

그렇다면 호텔업계 관계자들은 호캉스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민지호 롯데호텔 홍보팀장은 "최근 여행지 호텔뿐만 아니라 도심 호텔에서도 휴식 차원의 휴가를 즐기는 고객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며 "에비앙 스파 트리트먼트,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등의 혜택으로 구성한 시그니엘서울 'Heavenly Holiday' 패키지 등 안락한 호텔에서 완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색적인 호캉스를 즐길 수 있도록 아기자기한 '키즈 로니 텐트'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롯데호텔서울 패키지와 롯데호텔제주 '캠핑 위드 로니' 패키지 등을 별도로 기획하는 등 고객맞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정현 파라다이스시티 IR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장은 "파라다이스시티는 비행기의 이착륙을 볼 수 있는 야외 수영장과 키즈존, 사파리 파크, 라이브 뮤직 라운지 등에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어 전 세대를 아우르는 호캉스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텔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업계에선 호캉스족 유치 여부가 여름 장사를 결정하는 중요 이슈로 자리잡았다"며 "호캉스 패키지 기획과정에서 주된 고려사항은 가격보다는 '휴식에 대한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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