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N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은 서신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미국은 아직도 (북한의) 기대에 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느낀다면서 이 때문에 과정이 진전될 수 없었다고 밝혔다고 이 소식통들은 전했다. ‘선(先) 비핵화, 후(後) 평화체제 구축’ 입장을 고수 중인 미국은 정전협정을 법적 구속력과 영구성을 지닌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는 북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은 먼저 종전선언을 하라고, 미국은 먼저 비핵화 선언을 하라고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무산 배경을 설명했다. 또 소식통들은 만약 타협이 이뤄지지 못하고 초기 협상이 무너지면 평양은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WP는 외교 전문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 칼럼을 통해 “서신의 내용은 확인할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취소를 결정하기에 충분할 만큼 적대적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서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인지, 고위급 협상대표 차원에서 오간 김 부위원장의 서신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트윗을 올릴 때 김 위원장에 대해 “따뜻한 안부를 보낸다, 곧 만나기를 고대한다”며 호의적으로 언급한 점 등에 미뤄 김 부위원장 서신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따라서 이번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는 ‘강경파’ 김 부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 표출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외교가에서는 그간 “미국이 김 부위원장을 상대하기 어려워한다”거나 “김 부위원장 교체를 바란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대안 카드로 제시된 리용호 외무상은 북한 주장을 서구의 논리로 풀어낼 최적 메신저라는 긍정적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물론 리 외무상으로의 채널 교체는 과거 6자회담식의 세부적이고 단계적인 협상으로 회귀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상황을 더 꼬이게 할 것이라는 반론도 없지 않다.
정선형·김예진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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