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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앞 따릉이 대여소에 헬멧이 바구니에 담겨 있다. |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자전거 운전자의 안전모 착용 의무화를 두고 자전거 이용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전거 이용자가 1300만명을 넘어서면서 안전을 위한 정책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사고를 줄이기 위한 근본 대책 없이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규제만 만든다는 지적이다.
2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9월28일부터 전국의 도로와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 운전자와 동승자의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된다. 행자부는 자전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모 착용 여부에 따라 피해가 달라진다는 통계를 근거로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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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앞 따릉이 대여소에 비치된 헬멧이 군데군데 비어 있다. 사진=김경호 기자 |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3∼2017년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자 가운데 안전모를 착용한 경우는 11.6%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의 2012∼2016년 통계를 보면 자전거 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부상 부위는 머리가 38.4%로 가장 많았다.
맨머리유니언 등 자전거 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자전거 사고를 예방하기 보다,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의 안전만 고려한다는 것이다. 자전거 단체들은 자전거 사고의 주 원인으로 ‘차량 중심의 도로체계’를 지적한다. 2013∼2017년 자전거 사고의 유형을 살펴보면 ‘자전거 대 차’ 사고의 비율은 75.5%에 달한다. ‘자전거 대 사람’의 사고 비율은 20.2% 수준이다. 사고로 자전거 운전자가 사망한 경우는 ‘자전거 대 차’가 69%로 ‘자전거 대 사람’ 보다 10배가량 높다. 맨머리유니언 관계자는 “도로 체계를 정비하거나 자동차 운전자에 주의를 요구하기에 앞서 안전모를 의무화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개인의 안전을 국가가 책임지기 않고, 개인에게만 떠넘기려는 행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자전거 운전자의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한 사례가 드물다. 현재까지는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가 안전모 착용 의무화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나라에서도 안전모 의무화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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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앞 따릉이 관리 요원이 굵은 땀을 흘리며 바구니에 든 헬멧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김경호 기자 |
행자부 관계자는 “자전거 관련 도로나 인프라의 경우 개선 및 확충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며 “현재로선 단속을 통한 처벌보다 안전모를 조금이라도 쓰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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