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각종 혐오 언행(Hate Speech)으로 대한민국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회통합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29위. 세계일보는 기획 ‘혐오의 파시즘’을 통해 대한민국에 짙게 드리운 혐오의 구조와 심연을 들여다보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혹시 자신이 겪은 사회적 혐오, 혐오로 인한 피해 사례나 경험을 알려주시면 논의를 통해 기사로 공유하겠습니다. 이메일은 kimgija@segye.com 또는 homospiritus1969@gmail.com, 전화번호 02-2000-1181.
각종 혐오 언행(Hate Speech)으로 대한민국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회통합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29위. 세계일보는 기획 ‘혐오의 파시즘’을 통해 대한민국에 짙게 드리운 혐오의 구조와 심연을 들여다보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혹시 자신이 겪은 사회적 혐오, 혐오로 인한 피해 사례나 경험을 알려주시면 논의를 통해 기사로 공유하겠습니다. 이메일은 kimgija@segye.com 또는 homospiritus1969@gmail.com, 전화번호 02-2000-1181.
![]() |
워마드 홈페이지 |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여성 커뮤니티 ‘워마드(Womad)’는 자신들의 ‘남혐(남성 혐오)’ 행위를 일상적으로 저질러진 ‘여혐(여성혐오)’에 대항하고자 한 행위라고 설명한다.
워마드의 주장처럼 초반에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와 같은 극우·여성혐오 사이트에 대한 ‘미러링(상대방 행위를 따라 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집중했지만, 이 ‘미러링’ 방식이 과격해지면서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워마드가 수많은 혐오 언행으로 우리 사회에 상처를 준 일베라는 ‘괴물’과 싸우다 또 다른 ‘괴물’이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일각에서는 ‘한국의 IS(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 |
워마드 운영규칙을 담은 게시글. 워마드 홈페이지 |
지난 2016년 1월22일 개설된 워마드는 극단적 여성 우월주의와 남성 혐오에 중점을 두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전신은 페미니즘을 표방한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로 알려졌다. 워마드(Womad)는 여성(Woman)과 유목민(Nomad)의 합성어이며 ‘모든 남성을 혐오한다’는 것을 모토로 탄생했다.
메갈리아는 2015년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 온라인 공간에 만연한 여성 혐오성 발언을 남성에게 똑같이 되돌려주는 이른바 ‘미러링’ 방식으로 여성을 향한 혐오와 차별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뒤 메갈리아 내부에서 ‘성 소수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자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며 게이도 배격대상’이라는 논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메갈리아에서 독립해 워마드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워마드 강령에 따르면 워마드는 여성운동단체가 아니며 소수인권은 챙기지 않고, 오직 여성만을 챙긴다. 또 이를 위해 도덕은 버린다고 밝히고 있다.
워마드에서도 초반에는 일베 등을 향해 미러링하는 글이 주로 올라왔지만, 점점 그 방식이 과격해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 |
워마드에 올라온 몰카 게시물. 워마드 홈페이지 |
‘경찰 불법 촬영물 편파수사’ 논란을 불러온 ‘홍대 누드크로키 몰카(몰래카메라) 유포 사건’의 시작도 워마드였다. 지난 5월 홍대 회화과 실기 수업에서 촬영된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워마드에 올라왔고, 이를 조롱·비하하는 댓글이 이어지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사진을 유포한 안모(25)씨를 빠르게 구속하는 등 수사가 신속히 진행되면서, 수사기관이 여성 가해자만 엄정하게 수사한다며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이른바 ‘혜화역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13일 안씨가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자, 워마드 회원들은 “초범인데 징역이 말이 되느냐” “이게 편파수사가 아니면 뭐란 말이냐” “인권탄압이다” 등 의견을 거칠게 표현하면서 실형 선고에 대한 강한 실망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이외에도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경희대, 서강대 남자 화장실에서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몰카 사진이 무더기로 게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꾸준히 활동한 회원들만 볼 수 있는 비공개 게시판에는 이런 화장실 몰카가 더 많다고 전해진다.
목욕탕 몰카도 꾸준히 논란이 됐다. 지난달 19일 직접 남자 목욕탕에 몰카를 설치했다는 인증과 함께 한 남성이 알몸 상태로 서 있는 모습 등 3장의 사진이 게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앞서 지난해 2월7일에는 남성의 알몸 사진이 무더기로 올라와 논란이 됐다. 목욕탕으로 보이는 곳에서 남성들이 알몸으로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으로, 얼굴은 물론 성기 등 중요 부위가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노출됐다. 댓글에는 사진 속 남성들의 신체에 대해 조롱을 퍼붓는 글들이 쏟아졌다.
![]() |
7월10일 워마드 홈페이지에 개제된 성체 훼손 전(왼쪽)·후 사진. 워마드 홈페이지 |
지난달 10일 워마드에 올라온 성체(聖體) 훼손 사진은 논쟁을 촉발한 계기가 됐다. 한 워마드 회원은 ‘예수 XXX 불태웠다’는 제목의 글에서 “천주교는 지금도 여자는 사제도 못 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는 절대 안 된다며 여성인권 정책마다 반발하는데 천주교를 존중해줘야 할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주장했다. 게시물에는 붉은색 펜으로 욕설이 적힌 성체 일부가 검게 불태워진 모습이 담긴 사진이 첨부됐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발간한 ‘미디어 종사자를 위한 천주교 용어 자료집’에 따르면, 천주교에서 성체는 현존하는 예수의 몸을 일컫는다. 성체를 훼손하는 것은 예수를 직접 모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당시 “이번 사건은 천주교 신앙의 핵심 교리에 맞서는 것이며, 모든 천주교 신자에 대한 모독 행위”라며 절대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워마드 회원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바로 다음 날 “성당을 불태우겠다”는 글을 올렸다. ‘7월 15일 ㅂㅅ시 ㄱㅈ성당에 불 지른다’는 제목과 함께 게시자는 기름통에 휘발유를 담는 사진을 올리며 “임신중절이 합법화될 때까지 매주 일요일에 성당 하나를 불태우겠다”고 적었다. 같은 날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을 불태우는 사진도 올라와 파장이 계속됐다.
![]() |
게티이미지뱅크 |
‘모든 남자를 적’으로 규정한 워마드는 가족도 혐오와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 지난달 9일 아버지나 할아버지로 추정되는 잠든 남성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는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게시자는 사진과 함께 “잠자는 틀딱(틀니를 딱딱거린다는 뜻으로 노인을 폄하하는 비속어) 칼X 넣기 딱 좋다. 자고 있을 때 죽여버리면 네가 뭘 어쩔 건데”라고 적었다.
이어 같은 달 13일에는 ‘낙태 인증’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올라온 사진에는 난도질당한 남자 태아가 훼손된 상태로 수술용 가위와 나란히 놓여있어 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다. 게시자는 사진과 함께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중략)…깔깔”이라고 적었고, 해당 게시글에는 “젓갈 담가먹고 싶다” “오늘 저녁은 낙태비빔밥” 등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고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23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사망한 후에는 그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글들이 연이어 게시됐다. 한 워마드 이용자는 “아파트 투신자살=회찬하다”라는 공식을 만들어 게시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노 원내대표의 사망을 “오늘의 재기”라고 명명했다. ‘재기’는 지난 2013년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마포대교 아래로 떨어져 숨진 사건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남성의 자살을 비하할 때 쓰인다.

지난 8일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5월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워마드 운영자 1명에 대해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마드 운영자는 11일 워마드 공지사항 게시판을 통해 변호사 선임을 위한 모금 동참을 호소하며 공개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고, 여성단체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성별에 따른 ‘편파수사’ 논란이 재가열되고 있다.
부산지역 여성시민단체 회원들은 13일 오전 부산지방경찰청을 방문해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편파수사와 불법촬영물을 희화화한 캠페인을 비판하고 항의서한을 전달했고, 앞서 10일 오후 한국여성단체연합 소속 회원들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의 수사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13일 오후 7만여명의 동의를 받은 ‘워마드 편파수사 하지말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서 청원자는 “편파수사하지 말라고 하는 수만 여성의 목소리를 정부는 무엇으로 들은 것인가? 듣긴 들었는가?”라며 “소라넷은 해외 서버라서 못 잡고 일베(일간베스트)도 못 잡으면서 워마드는 잡을 수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소셜미디어에서도 ‘내가_워마드다’ ‘동일범죄_동일수사’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를 규탄하는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