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비만 줄여야" vs "개인 자유"…이념갈등으로 번지는 먹방규제

관련이슈 스토리 세계

입력 : 2018-08-01 06:50:00 수정 : 2018-07-31 20:57:11

인쇄 메일 url 공유 - +

[스토리세계-먹방 대란①] 업계에서도 반발
“여러분 저녁식사는 하셨어요?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라면 10개 먹방을 해볼까해요.”

이른바 ‘먹방(먹는 방송)’을 진행하는 BJ(브로드캐스트 자키)가 방송을 틀자 순식간에 500명의 시청자가 방송을 본다. 이 BJ는 먹방 전문 BJ다. 많은 사람들이 이 BJ가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홀로 밥을 먹는 사람들은 함께 먹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정부가 최근 ‘먹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규제에 나서겠다고 하자 네티즌을 포함해 정치권까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비만의 사회경제적 손실이 높아지고 있어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규제에 반대하는 측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먹방을 둘러싼 이념갈등과 규제에 대해 긴급히 살펴봤다.

◆또다시 ‘규제’...엇박자 내는 정부부처

지난 26일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폭식을 조장하는 먹방 등에 대해 모니터링 체계를 2019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비만 해결에 팔을 걷어붙인 건 비만 증가율이 심상치 않아서다. 우리나라의 2016년 기준 비만율은 34.8%였는데, 2022년 추정 비만율은 41.5%에 달한다.

먹방 규제는 청와대의 규제 혁신 주장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앞서 지난 25일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해 “이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혁신 정책을 시리즈로 내놓는 등 혁신성장에 한층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비만 심해 사회적 손실” VS 시청자 “먹방을 왜보는지 몰라”

“먹방을 왜 보는지도 모르고 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먹방에 대한 가이드라인 소식을 들은 회사원 이모(28)씨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먹방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라며 “정부가 먹방을 보면 많이 먹는 다고 생각하는 발상자체가 1차원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많은 국민들이 비만 대책이 필요하다는데는 동의하고 있지만, 먹방 규제에는 동의하지 않는 시청자들이나 일반 국민들도 많다.

네티즌들은 정부가 먹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규제부터 꺼냈다며 반발하고 있다.

평소 먹방BJ의 방송을 즐겨보는 회사원 강모(32)씨도 “보통 먹방 BJ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혼자 밥을 먹을때 방송을 보며 외로움들 달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이 먹방을 시청한다”며 “먹방으로 인해 비만이 증가한다는 생각이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고 질타했다.

◆BJ들, “대리만족 줘 식욕 조절 기능도 있어”

10만~30만명의 시청자를 보유한 먹방 BJ 양혜지씨도 같은 입장이다.

양씨는 지난 27일 SBS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먹방이 비만을 야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먹방’에서 BJ가 먹는 걸 보며 먹는 즐거움을 대리만족하는 이들이 많다. 그냥 BJ가 먹는 걸 보는 것 자체에 만족한다. 먹방이 폭식을 야기하기보다 오히려 대리만족을 줘서 식욕을 조절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만인 분들이 먹방을 봤기 때문에 비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먹방을 규제한다고 비만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업계, 먹방규제에 “고용도 창출하는데...” 불편한 심기

MCN(다중채널 네트워크) 업계에 대해서는 먹방 규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먹방은 MCN 방송의 한 갈래로 게임방송과 소통방송 등과 함께 인기가 많은 방송 중 하나다. 많은 BJ들이 시청자들과 구독자들을 통해 후원이나 광고 등을 만들어낸다. 유명 BJ들은 맛집 등을 탐방하며 정보를 주고 시청자들은 이 곳을 찾아간다.

MCN 회사들은 이런 BJ들과 계약해 영상편집을 포함한 제작과 관리 등을 맡는다. 이렇게 MCN업계에서 만들어내는 경제적 효과도 크다. 업계는 2016년 국내 MCN 산업 시장규모를 2000억~3000억원으로 추산한다. MCN회사들은 먹방 뿐만 아니라 게임방송과 소통방송에서 활동하는 BJ들과 작업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고용을 창출한다.

MCN업계에서는 정부의 엇박자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MCN회사를 운영 중인 중소기업 대표 정모씨는 “먹방의 경우 시청자들에게 음식을 소개하고 함께 먹는 정도인데, 이에 가이드라인을 둘 경우 방송을 하는 BJ나 업계나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서 이념갈등 번진 ‘먹방논란’

정치권에서는 먹방 규제가 이념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비만 방지를 위해 먹방 시청을 금지한다는 건 국가주의적 발상이고, 먹방 시청과 폭식 사이 상관관계도 명확하지 않다며 야권을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특히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의 먹방논란에 대해 작심발언을 하며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김 위원장은 “‘먹방’을 규제한다는 정부가 국가주의 정부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냐”며 “지금 시대는 개인과 기업은 자율적이어야 하고 자유로운 시민이 국가의 모세혈관이 돼야 하는 시대다. 남이 뭘 먹든 말든 놔둬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베이비몬스터 아현 '반가운 손인사'
  • 베이비몬스터 아현 '반가운 손인사'
  • 엔믹스 규진 '시크한 매력'
  • 나나 '매력적인 눈빛'
  • 박보영 '상큼 발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