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우 꼬리에 사람이 죽는 일이 일어났다.
새우가 공룡만큼 큰 때문이 아니라 그 꼬리를 통해 전염된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사람을 죽였다.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고 바닷물 온도가 예년보다 5~7도 가까이 높아졌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는 지금 어패류 부패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설칠 확률 역시 높아지기에 주의가 요망된다.
◆바다 새우 손질하던 中 주부 절명
30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장쑤성 롄윈강에 거주하는 주부 왕모씨가 최근 식사 준비를 위해 바다 새우를 씻던 중 새우 꼬리에 오른손 중지를 찔렸다.
왕씨는 따끔했지만 별 생각 없이 상처 부위를 물에 씻어낸 뒤 하던 일을 계속 했다.
하지만 다음날 찔린 부위가 욱신거리며 부어 오르기 시작했고, 몇시간 후 몸에 열이 나고 양 다리에 물집이 생겼다.
왕씨는 서둘러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왕씨를 살핀 의사는 "해양성 비브리오 패혈증균, 즉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에 감염된 것 같다"며 "병원에 도착했을 무렵 연조직 감염과 패혈성 쇼크, 다발성 장기부전 등 이미 상황이 악화된 뒤였다"고 했다.

◆48시간 내 사망률 50%인 침묵의 살인자 비브리오 패혈증균···먹을 때보다 상처 통해 감염 시 증상 급속히 악화
비브리오 패혈증을 일으키는 균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으로 감염 초기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제 때 조치하지 않으면 48시간 내 사망률이 50%에 이를 만큼 '침묵의 바다 살인자'로 불린다.
바닷물 온도가 18도 이상 오르는 여름철에 집중 발생하는 호염성 세균이기도 하다.
주로 저항력이 약한 간 질환자나 당뇨병 등 만성 질환자들이 어패류를 생식하거나 해수, 갯벌에서 피부 상처 등을 통해 감염되면 치사율이 50% 정도로 높다.
잠복기는 20~48시간이며 급성 발열과 오한, 혈압 저하, 복통, 설사 등 증상이 동반되고 발열 후 36시간 내 피부병변이 발생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환자 대부분이 감염 후 36시간 내 피부에 출혈성 수포가 형성되며, 혈소판 감소와 혈관 내 응고 병증이 발생한다"며 "오염된 해산물을 날로 먹었을 때 잠복기는 3시간∼8일인데, 평균 약 2일"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상처에 의해 감염됐다는 잠복기는 약 12시간으로 증상이 훨씬 빨리 나타난다. 상처 부위가 붓고, 피부색이 붉은 상태로 남아있는 흉반이 주요 증상으로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피부 근막과 근육 괴사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구토· 설사· 복통· 전신 쇄약감· 하지 부종 및 궤양이 주 증상···즉시 병원 찾아야
건강한 사람이 비브리오패혈증균에 감염되면 구토나 설사, 복통 등 위장관(胃腸管) 증상과 함께 전신 쇄약감에 시달릴 수 있다.
하지 부종(혈관에서 빠져나온 림프액이 림프관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조직에 쌓여 다리가 붓는 현상)과 궤양도 주요 증상이다.
다리에서 발진, 부종이 생기기 시작해 수포, 또는 출혈성 수포를 형성한 뒤 점차 범위가 확대되면서 괴사성 병변으로 진행한다.
만성 간질환 등에 걸린 이가 비브리오균에 감연되면 급작스런 발열과 오한, 저혈압, 피부 괴사 등 패혈성 쇼크가 유발된다.
이러한 증상을 보이면 충분한 수분 섭치와 함께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6∼8월 집중 발생···70% 이상이 오염된 어패류 섭취 탓
미생물이 자라기 쉬운 20∼40도에 보관된 음식을 먹었을 때 식중독이 집중 발생한다.

식중독은 원인 물질에 따라 '세균성 식중독', '화학성 식중독', '자연성 식중독' 등으로 나뉜다. 식중독의 대부분은 세균에 의하여 생기는 세균성 식중독으로, 비브리오패혈증 역시 세균성 식중독이다.
비브리오패혈증균은 하구나 연안의 바닷물, 갯벌, 각종 어패류 등에 산다. 특히 염분이 낮고 유기물질과 모래가 많으며 수심이 낮은 서·남해안에서 검출률이 높고 기온 상승과 비례해 증식률 역시 높아진다.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의 70% 이상은 오염된 어패류를 섭취해 감염됐다. 오염된 해산물을 날 것으로, 혹은 덜 익혀서 섭취할 때나 피부의 상처를 통해서 감염된 것이 대부분이다.
◆어패류 반드시 흐르는 물에 씻고 익혀 먹어야···피부 상처 시 바닷물 접촉 삼가야
비브리오 패혈증균을 예방하려면 어패류 등 해산물을 익혀 먹는 것이 가장 좋다. 피부에 상처가 있을 때는 오염된 바닷물에 들어가는 것을 금하고, 바닷물에 접촉했을 땐 깨끗한 물과 비누로 노출 부위를 충분히 씻어야 한다.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박대원 교수는 “어패류를 먹을 때는 바닷물에 씻지 말고 흐르는 수돗물에 씻는 것이 필수"라며 "8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해 조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피부에 상처가 있거나 물놀이 중 조개와 같은 날카로운 물체에 다쳤다면 바닷물 접촉을 피해 소독하고, 상처 부위에 반점과 수포가 생긴다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산물을 다룰 때에는 장갑 등을 착용하고 익힌 다음 바로 먹어야 한다. 먹다 남겼다면 냉장 보관토록 한다.
장을 볼 때도 어패류는 신선한 것으로 마지막에 구입해 신속히 냉장·냉동 보관해 식중독균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뇨병과 폐결핵 등 만성질환, 크론병 등 위장관 질환자, 면역 결핍 환자 특히 위험
패혈증으로 숨질 수 있는 고위험군으로는 먼저 간경화와 만성 간염, 간암, 혈색소증(음식을 통해 철이 너무 많이 흡수되는 질환) 등을 앓는 간질환자가 꼽힌다. 알코올 중독자와 더불어 당뇨병, 폐결핵 등으로 고생하는 만성 질환자도 조심해야 한다. 만성 신부전 및 골수염을 앓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위 절제술을 받았거나 제산제(위산으로 인한 속쓰림과 위통 등의 급성 증상에 효용이 있는 위장약) 또는 위산 분비 억제제를 복용 중인 이도 패혈증에 취약하다. 무산증(위액의 산성도가 비정상적인 증상)이나 위궤양, 취염, 췌장염, 크론병이라 불리는 만성 증식 염증인 국한성장염, 산소 공급 부족에 따른 허혈성 장질환 등에 시달리는 이도 매한가지다.

장기간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투여받는 이나 재생 불량성 빈혈 또는 악성종양, 백혈병으로 고생하는 환자 역시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항암제나 면역 억제제를 복용 중인 이도 위험군에 속한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나 백혈구 감소증도 패혈증에 취약한 질환으로 분류된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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