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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심야 전기요금 인상 두고 선뜻 나서지 못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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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7 17:04:17 수정 : 2018-07-17 17: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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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에 추진될 듯하던 심야 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해를 넘길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논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으로 산업계 경영환경이 날로 악화하고 있어서다. 원가에 직결되는 전기요금이 오르면 산업계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독려해야 하는 정부가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6일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업용 경부하 요금에 대한 업계 우려를 충분히 들었고 그런 우려를 반영해 이 문제는 속도 조절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애초 연말까지 하겠다고 발표했던 경부하 요금 인상 일정에 대해 “연내에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애초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심야시간대 경부하 요금을 인상하고, 다른 시간대 요금을 인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한전은 이에 맞춰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안 수립에 들어간 바 있다.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아이리스홀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12대 기업 CEO 간담회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백 장관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예정대로 연말까지 수립하겠다면서도 “전체 산업과 업종별로 전기요금이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행정계획으로, 3차 계획은 2019∼2040년을 아우른다.

백 장관은 “삼성전자의 에너지 사용량이 현대제철 다음으로 두 번째인데 제조 단가의 1%를 차지한다”며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사업을 만들어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기요금 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 통상 규범을 고려하면 통상 마찰과 국가 보조금 문제도 있기 때문에 통상 규범에 따라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 철강업계는 자국 반덤핑 조사에서 한국 철강업계가 낮은 전기요금이라는 형태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백 장관의 결정은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보호무역주의로 삼중고를 겪는 재계에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새로운 악재를 안기지 않겠다는 뜻이 담겼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는 너무 여러 가지 악조건이 겹치다 보니 기업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최근 “기업을 위한 산업부”를 천명하며 친기업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백 장관은 16일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12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최근 투자와 고용이 부진한 기업의 애로와 건의를 청취했다.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는 시간에 따라 차이가 난다.

여름철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를 경부하(23:00~09:00), 중간부하(09:00~10:00, 12:00~13:00, 17:00~23:00), 최대부하(10:00~12:00, 13:00~17:00) 시간대로 나눠 경부하, 중간부하, 최대부하 순으로 더 높은 요금을 적용한다.

애초 경부하 요금을 도입한 취지는 전력 사용이 적은 심야 시간에 남아도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원자력과 석탄발전소는 한번 가동하면 쉽게 끄지 못하기 때문에 낮이나 밤이나 똑같이 전력을 생산한다. 과거에는 심야 시간에 전력 수요가 적었기 때문에 낮은 요금을 적용하면 전력 사용이 낮과 밤으로 분산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역으로 낮은 요금 때문에 낮에 쓸 전기도 밤에 쓰고 전기를 쓰지 않아도 될 곳에 전기를 쓰는 등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게 정부와 한전의 판단이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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