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주부 정하경(35·여·가명)씨는 폭염 특보가 내린 한낮에도 창문을 열지 못한다. 요 며칠 대기질이 초미세먼지(PM2.5) ‘나쁨’ 단계까지 악화해서다. 올 초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한 정씨는 “여름이면 미세먼지에서 해방될 줄 알았는데 더위와 미세먼지가 동시에 들이닥치니 너무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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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발효된 16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서울시의 폭염주의보가 경보로 격상됐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경보는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발효된다. 하상윤 기자 |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경북 영천의 낮 최고기온이 38.3도(AWS·자동기상관측장비 기준)로 전국 최고기온을 보였고, 대구 37.5도, 광주 35.0도, 대전 34.3도, 서울 34.0도 등을 기록했다.
이날도 전날에 이어 제주 남부와 충남 서해안을 제외한 전역에 폭염 특보가 발표됐다.
기상청은 “티베트에서 넘어온 뜨거운 공기가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에 힘을 보태면서 당분간 낮 기온이 33도 이상 올라 매우 덥겠다”고 전했다.
펄펄 끓는 불볕 더위는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울산 등 경남지역과 부산, 대구는 특이하게 때아닌 미세먼지가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통상 7월은 연중 PM2.5 농도가 최저로 떨어진다.
여름에는 남동풍이 주로 불고, 바람이 없는 날도 대기 상하층간 연직순환이 활발해 먼지가 금세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은 지난 14일 PM2.5 일평균 농도가 31㎍/㎥로, 전국 평균(15㎍/㎥)을 두 배 이상 웃돌았고, 15일과 16일에도 각각 34㎍/㎥, 33㎍/㎥을 기록했다. 이날도 오전 11시 현재 50㎍/㎥(시간 평균)까지 치솟은 상태다.
울산도 14일 41㎍/㎥을 보인데 이어 계속 농도가 올라가 이날 같은 시각 52㎍/㎥을 기록 중이다. 경남(46㎍/㎥), 경북(44㎍/㎥), 대구(44㎍/㎥) 등도 일제히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중부지방 다른 도시는 물론 중국의 베이징(13㎍/㎥), 선전(24㎍/㎥) 보다도 짙은 농도다.
상식에 반하는 현상이 연일 이어지자 국립환경과학원도 이날부터 원인 분석에 나섰다.
과학원이 의심하는 첫번째 이유는 해륙풍이다.
바닷가에서는 낮에는 바다에서 육지로, 밤에는 육지에서 바다로 바람이 분다. 이로 인해 밤 사이 바다로 오염물질이 잠시 빠져나갔다가 해가 뜨면 바다 위에 머물던 먼지가 다시 육지로 들어올 수 있다.
과학원 관계자는 “부산·울산 등지는 해륙풍 때문에 공기가 갇히는 구조”라며 “부산은 평소에도 오존 우심지역인데, 이 역시 오염물질 확산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예년 7월 이 일대 PM2.5 농도는 20㎍/㎥이었던 만큼 해륙풍 만으로 최근 고농도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과학원 관계자는 “기류 상의 원인 외에 혹시 그쪽에서 오염물질 배출량이 갑자기 늘었는지 함께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제주에는 ‘화산재 변수’까지 등장했다. 기상청은 “16일 오후 3시쯤 일본 규슈의 사쿠라지마 화산이 분화해 17일 오후 제주로 화산재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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